흑인영가 원형 계승, 인간존엄 큰 울림… 국민일보 창간 24주년 기념 뉴욕할렘싱어즈 초청 공연
입력 2012-11-29 18:37
체코의 세계적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그는 미국의 음악원 원장 자리를 제의 받아 1892년 뉴욕으로 건너간다. 이후 3년간 미국에 체류하는데, 자신이 살던 곳과는 확연히 다른 신대륙의 이미지에 큰 충격을 받는다. 광활한 대륙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당한 것이다.
아울러 그가 미국에서 신선한 감동을 받은 것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흑인영가였다. 드보르자크는 흑인영가의 선율을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된 신세계 교향곡 등에 녹여냈다. 그런데 흑인영가는 도대체 어떤 음악이기에 드보르자크에게 이러한 영향을 끼친 것일까.
흑인영가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 노예로 팔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은 주인을 따라 교회에 다니면서 서서히 신앙을 갖게 된다. 이들은 처참한 자신들의 처지를 아프리카에서 익힌 리듬에 실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에게 호소했다.
국민일보가 창간 24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뉴욕할렘싱어즈 초청 공연은 흑인영가가 갖는 울림을 가슴 깊이 느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뉴욕할렘싱어즈는 1978년 뉴욕 할렘가에 있는 할렘예술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창단돼 활동해온 흑인영가의 대명사와 같은 팀. ‘뉴욕 할렘 영가단’으로 불리다 2006년 지금의 팀명으로 개명했다.
초창기엔 할렘예술학교 교수진과 동료 연주자 총 9명으로 구성됐지만 현재는 6명의 흑인 성악가와 2명의 연주자로 재편돼 활동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흑인영가의 원형을 가장 훌륭하게 계승해온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은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간 흑인영가가 품은 인간 존엄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10차례 넘게 콘서트를 열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이 팀은 2009년 세계적인 음악 감독 이마커스 하퍼(e’Marcus Harper)를 영입해 진일보된 사운드와 이전보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커스 하퍼는 지난 30년 동안 ‘팝의 전설’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 세계적 래퍼 MC해머 등 수많은 팝스타 음반에 참여한 실력파 뮤지션이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을 앞두고 지난 2월 숨진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들을 재해석한 무대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블루스와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이 선보일 예정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만큼 흑인영가의 분위기가 녹아든 캐럴도 들어볼 수 있다.
공연은 다음 달 10일 부산시민회관을 시작으로 11일 경기도 오산문화예술회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14일 충북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3인 이상 5인 이하 가족이 함께 예매를 할 경우엔 3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070-7434-4502).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