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닥의 검찰, 국민 눈높이로 올라오라
입력 2012-11-29 18:36
분열상 멈추고 검찰 개혁안에 지혜 모아야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검찰 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표를 내기로 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29일 “한 총장이 개혁안을 발표하고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총장의 사표 수리 여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결정한다. 검찰청사는 이날 한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직전까지 일촉즉발의 위기감에 휩싸였고 검찰 조직 전체가 크게 술렁거렸다. 사상 초유의 대검 중앙수사부장 감찰로 촉발된 이번 사태로 인해 검찰이 대혼란을 겪은 것이다.
채동욱 대검 차장은 “어젯밤 전국 각지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한 모양인데, 일선 검사 의견을 청취해 보고 총장으로서는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참모들이 총장에게 용퇴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 차장은 “일선 검찰에는 우리가 용퇴를 건의해 사퇴하게 할 테니 일단 29일 오전까지는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을 자제하게 했다”고 전했다. 한 총장의 거취 표명 시한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채 차장을 비롯한 검사장급 대검 간부들이 용퇴를 건의하자 한 총장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대검 기획관과 단장급 간부(차장검사급)가 용퇴를 건의하려고 총장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총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적절한 사퇴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로서는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 기간에 ‘검찰총장 유고’라는 상황을 만들 수 없었고, 청와대 의중도 살펴야 했으며,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총장과 직속 간부들이 대립각을 세웠고, 간부들에게 떠밀려 사퇴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검찰 조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한 총장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최 중수부장이 정면 반발한 것도 상명하복의 조직체계인 검찰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현재 검찰은 검난(檢亂)이라는 분열상을 드러내는 등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거악(巨惡)을 척결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한 총장이 발표할 검찰 개혁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총장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혁신적인 내용들을 검찰 개혁안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등 비리 검사들로 인해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검찰 안팎의 비판을 잠시 모면하려고 미봉책을 내놓는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검사들은 일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차기 검찰총장은 국민의 검찰, 국민에 의한 검찰,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조직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그것이 검찰권을 위임한 국민의 지상명령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