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은 李보다, 文은 盧보다 뭘 잘 할 것인지 답해야

입력 2012-11-29 18:33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의 대통령 선거 초반 기선잡기 싸움이 치열하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노무현 프레임’을,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이명박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박 후보를 “유신 독재 세력의 대표”라고 규정했으나 28일부터는 “빵점 정부인 이명박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고 선회했다.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보다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가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후보는 연일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며 문 후보를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2인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구도가 ‘노무현 정권 실패론 대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양측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선거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서는 “역대 최악인 노무현 정권을 담당한 분들이 ‘노무현 정권 시즌2’를 만들려 한다”거나 “분열과 갈등, 혼란만 가져온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실수에 문 후보는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말이 주를 이룬다. 문 후보와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 집권 5년은 민생파탄 5년이었고, 공동 책임자인 박 후보는 민생파탄의 몸통”이라거나 “박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 동반자로, 이명박 정권에서 민생파탄의 공동 대통령”이라는 발언이 자주 나온다. 승기를 잡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총공세를 퍼부으며 선거전 주도권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후보나 문 후보 모두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릴 뿐 상대방 공격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건 유감이다. 유권자들에게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든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 들으라는 식 아닌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겠다는 대선 후보의 자세가 아니다.

집권할 경우 박 후보는 이명박 정권과, 문 후보는 노무현 정권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박 후보는 이명박 정권보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권보다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서울 도곡동 대통령 사저 특검 연장에 반대하는 등 최근에도 일반 여론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 입장을 두둔한 적이 있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말을 바꿔놓고 명쾌한 설명이 없다.

이 때문에 난타전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이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 아리송해하는 건 당연하다. 보다 많은 표를 얻으려면 두 후보는 유권자들의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상대 비방이 거의 전부인 작금의 난타전은 두 후보 모두에게 득이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