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사회책임펀드 도박株까지 손대나

입력 2012-11-29 18:32

흔히 ‘착한 투자’라고 불리는 사회책임투자(SRI)펀드가 국내에서는 본래의 설립 의의를 의심할 만큼 일반 투자펀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SRI펀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국내에는 2001년부터 도입됐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운용펀드와 모펀드를 제외한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SRI펀드 60개의 보유비중 상위 10개 종목 중 평균 5∼6개가 시가총액 상위 30위 이내의 대형주였다. 이들 SRI펀드 전체의 보유주식구성(포트폴리오)에서 대형주 비중은 35.2%였다.

이뿐 아니라 일부 SRI펀드는 보유비중 상위 종목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회사인 GKL, 파라다이스 등 이른바 ‘도박주(株)’를 포함하고 있다. 환경·자연보호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 방식을 고수하고 특히 주류, 담배, 무기, 도박 등은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제외한다는 SRI펀드의 원칙을 크게 훼손한 것이다. 사실상 무늬만 SRI펀드인 셈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일차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수익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인식 부족도 작용했을 것이다. 적어도 SRI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당장의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공익적 투자에 동참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기업,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고 기업 내부적으로 조직 단합과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향상함에 따라 수익이 확대될 수는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공익 운운하는 SRI펀드에 가입하면서 실제로는 수익률만을 앞세우는 투자자와 자산운용사가 있는 한 국내 SRI펀드는 무늬만일 수밖에 없다. 펀드에 투자해 더 많은 수익을 얻겠다는 생각이라면 SRI펀드를 개설하지도 말고 가입하지 않는 게 차라리 더 낫겠다. SRI펀드의 효과는 결코 단기간에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