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욕망하는 현대인의 일그러진 일상… 장은진 창작집 ‘빈집을 두드리다’

입력 2012-11-29 18:24


소설가 장은진(36·사진)의 두 번째 창작집 ‘빈집을 두드리다’(문학동네)를 읽노라면 요즘 한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 원”을 떠올리게 된다.

단편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엔 조용한 아파트 단지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여자가 등장한다. 한때 전도유망한 투포환 선수였던 그녀는 80㎏에 육박하는 살덩이와 꼬불꼬불한 겨드랑이 털을 가진 뚱뚱한 여자다. 그녀는 아파트의 적막이 불만스러워 돌멩이를 던진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행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잎사귀가 바짝 말라버린 화분 속에서 돌멩이 하나를 골라 든다. 동글동글한 돌멩이는 맞춤한 듯 두툼한 내 손아귀에 꽉 들어찬다. 베란다 덧문을 스르르 열고 아파트단지 내를 둘러본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광장은 죽은 듯 고요하다”(‘빈집을 두드리는 이유’)

정작 그녀가 돌멩이를 던지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하지만 옆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녀의 일상을 반전시킨다. 옆집 사람은 무슨 이유에선지 장기간 집을 비웠고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고장 난 초인종 대신에 문을 두드린다.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어안렌즈를 통해 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며칠 동안 소리가 나지 않자 어느 날 밖으로 나와 옆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창작집은 이처럼 고립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그러진 일상이 그려져 있다.

2층 다락방과 지붕에서만 지내는 남자의 에피소드를 다룬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는 더욱 해괴하다. 아버지에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놈’ 취급을 받으며 지내는 남자는 하늘에서 매일 같이 떨어지는 티슈에 시선을 빼앗긴다. 남자는 티슈를 날리는 사람이 궁금해 견딜 수 없다. 급기야 티슈 던지는 사람을 머릿속으로 추리해본다. 여자였다가, 남편에게 학대받는 여자로 구체화됐다가 종국에는 여장남자로 반전되는 티슈 날리는 사람의 정체에 대해서 작가는 말을 아낀다.

티슈 한 장의 기호학. 그것은 이웃과 소통하고픈 욕망이자 현대인의 고립을 상징화하고 있다. ‘결말이 궁금해요? 궁금하면 소설을 펼쳐보세요.’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