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女 사사 드보라
입력 2012-11-29 21:12
사사기 4장 14∼24절
2003년에 출간된 책 중에 마사 발레타의 ‘여자한테 물어라’라는 마케팅에 관한 경영서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왜 산에 오르는가?” 그것은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 “왜 여성을 상대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여성들이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여성에게 실질적 상품 구매능력이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이 쓰인 지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남성들의 월급은 아내의 통장에 자동 이체되고 남성들은 자신의 월급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아내에게 용돈을 타 쓰는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상품의 구매율의 80% 이상이 여성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제 사회 전반에 이어져 경제계, 정치계, 예술계, 교육계 등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세월이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제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0년 전 신약성경이 씌어진 시대로 되돌아가서 그 시대 여성의 지위를 보면 어떨지요. 그 시대에는 남녀 차별이 대단히 심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신약성경을 보면 종종 중요한 사역을 맡은 이들 중에 여성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은 여성들의 사역과 역할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막달라 마리아의 역할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만큼이나 비중 있게 그려집니다. 예수님은 이 여성에게 부활 후 첫날, 제일 먼저 자신을 보이시면서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부활의 메시지의 첫 증언자, 선포자의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더 거슬러 구약시대로 올라가면 그 시대의 여성들의 위치는 어떠하였을까요. 구약시대에는 여성에게 인권이 없고 사회활동, 경제활동, 정치활동 등이 거의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폐쇄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지도자로 세움을 받은 여성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사 드보라였습니다.
여호수아가 죽은 후부터 이스라엘이 왕정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하나님께서 지도자로 세우신 열두 사사 중에 유일한 여성이 드보라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여성 지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리암과 훌다와 같은 여선지자가 있었으나, 여사사로는 드보라가 유일의 인물이었습니다. 사사는 종교적 의미로서의 지도자 외에 행정, 입법, 사법, 국방을 총괄하는 명실공히 이스라엘 내 최고의 수반(首班)입니다. 사회와 정치가 불안하고 가나안 정복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도 용맹한 남성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에서의 하나님의 드보라 선택은 참으로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드보라는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사사로 임명받은 후 그를 도울 충실한 동역자로 바락을 세워 군대를 통솔하게 하고 지혜로운 여성 야엘을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여 함께 대업을 이루어 내는 동역리더십(co-leadership)의 표본을 보여준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 시대에 원하셨던 것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나갈 믿음의 지도력이었습니다.
선교 2세기를 달려가는 한국교회는 이제 어느 때보다 하나님 마음에 합한 교회를 함께 세워 갈 동역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드보라의 동역리더십은 지금 이 시대가 원하고, 하나님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기 위해 우리 앞에 내어 놓으신 중요한 과제입니다.
김예식 목사 (서울 예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