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살짝 올려다보는 미소는 어린아이 미소라서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당신은 이미 읽혔다’

입력 2012-11-29 18:19


당신은 이미 읽혔다/앨런 피즈·바바라 피즈/흐름출판

당신이 보험 세일즈맨이라고 가정해보자. 1시간째 신상품을 설명하고 있는 당신 앞에 앉은 고객이 보험을 들지 말지 단박에 아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몸짓 언어 전문가인 저자들은 보디랭귀지가 보내는 신호를 유심히 살핀다면 쓸데없는 고객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보디랭귀지는 인간의 감정을 은연 중 드러내기 때문이다.

과학도 입증한다. 미국 비언어적 의사소통 연구자 레이 버드위스텔에 따르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때 언어적 수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못 미치며 65% 이상이 비언어적 수단으로 이뤄진다.

이는 대중매체에 노출된 유명인사들의 부지불식 행동에서 엿볼 수 있다. 여성의 가슴 쪽으로 저도 모르게 손이 간 영국 찰스 황태자, 대배심 앞에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관련 질문을 받고 코를 만지작거리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성적 열등감을 감추려 팔로 몸 앞을 가리던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저자들은 몸짓, 손과 손짓, 미소와 웃음, 팔과 다리, 시선 등 신체 부위별로 나눠 각 제스처들이 갖는 의미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보디랭귀지의 목소리’라는 손의 예를 보자. 어린이는 거짓말할 때 손바닥을 등 뒤로 감춘다. 밤새 밖에서 놀다 들어와 아내에게 변명하는 남편이라면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거나 팔짱을 껴서 손바닥을 감추는 경향이 있다. 손을 뻗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면 권위적으로 느껴진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역사적 인물이 히틀러다.

악수에서도 권력의 법칙이 작용한다. 왼쪽에 서 있는 것이 주도권을 쥔 것처럼 보인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동등한 위치의 동맹 관계로 소개됐다. 하지만 두 사람 사진을 분석해보면 부시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미소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기도 하다. 거짓 미소는 입만 웃지만 진짜 미소를 지으면 눈두덩이 아래로 내려가고 눈썹 끝도 살짝 처진다. 또 살짝 올려다보는 미소는 어린아이 미소라서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이 애교 미소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녀관계에서도 보디랭귀지를 살피면 상대방 속을 알 수 있다. 눈, 정확히는 동공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동공은 흥분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 평소 크기의 4배까지 확대된다. 고대 중국의 보석상들은 손님의 동공을 유심히 살피면서 가격을 협상했다고 한다. 여성들의 ‘핸드백 심리학’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성 연예인들은 핸드백을 감싸 쥐는 것으로 불안감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

제스처는 무언의 초강력 메시지를 전하므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잘하면 반전 드라마도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치러진 미국 대선 판세의 최대 변수로 관심을 모은 것은 TV토론회였다. 1차 토론회는 예상을 깨고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논리의 달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패인은 말이 아니라 제스처였다. 롬니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신 있게 말한 것에 비해 오바마는 눈을 자주 깜빡였다.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사람은 불안하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많아진다. 오바마는 2·3차 토론회에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눈 깜빡임을 줄이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손과 머리를 움직이면서 롬니를 압박했다. 결국 몸짓을 통해 자신감과 우월함을 드러냄으로써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황혜숙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