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노예노동에 시달리던 소년, 진정한 자유의 맛을 보다… ‘카펫 소년의 선물’
입력 2012-11-29 18:20
카펫 소년의 선물/글 페기 다이츠 셰어·그림 린 모린/꿈터
어깨에 무거운 카펫을 들쳐 멘 소년이 그 무게는 아랑곳 않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카펫을 짜야 하는 파키스탄 소년 나딤에겐 카펫을 트럭에 옮기려 나올 때 잠깐 맛보는 이 공기와 햇볕이 ‘자유의 맛’인 것이다. 3년 전 대출금 1000루피(2만4000원)를 갚지 못한 아버지가 자신을 이 공장에 팔아넘긴 이후, 그에겐 학교에 가고 밖에서 축구 따위를 하는 건 꿈일 뿐이다. 자신처럼 빚 때문에 공장에 팔려온 아동 노동자들이 다 같은 처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딤은 길거리에 나왔다가 아동노예노동 폐지 운동을 하는 이크발 마시흐라는 소년을 만난다. “네 도구는 칼이 아니라 이 펜이 되어야 해.” 마시흐는 그에게 노란색 펜을 쥐어주면서 아동노동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후 나딤은 공장 주인에게 항의하다 방에 갇힌다. 무력감에 빠진 그에게 마시흐가 피살됐다는 소식이 날아드는데….
마침내 나딤이 진정한 자유의 맛을 보기까지의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아동불법노동의 현실을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정확히 고발하는 그림책. 아동노예노동 폐지를 위해 투쟁하다 열두 살이라는 나이에 피살된 실존 인물 이크발 마시흐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김지연 옮김. 초등 1∼3년 대상.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