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부산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지옥의 삶’ 폭로… ‘살아남은 아이’

입력 2012-11-29 18:20


살아남은 아이/한종선 외 (문주·1만4500원)

1984년 아홉 살짜리 종선은 세 살 위의 누나, 아버지와 함께 복지원에 끌려간다. 그로부터 3년. 아이는 지옥을 경험한다. 1987년 복지원이 폐쇄된 후에도 ‘짐승의 기억’은 그의 삶을 유린한다. 술 취해 자다 끌려간 그의 아버지는 평생 동안 정신병원을 떠돌아야만 했다. 복지원 자체 기록으로만 513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부산형제복지원 사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과 인권유린이 자행된 이곳의 피해자인 저자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문화연구자 전규찬과 인권활동가 박래군이 함께 기록했다. 저자는 복지원 폐쇄 이후 서울 소년의집 등을 거쳐 1992년 사회에 나왔다. 구두 가공 노동자부터 배달원까지 안 해본 것이 없는 그는 공사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37세의 아저씨지만 내면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냥 나는 아홉 살의 꼬마가 아닐까? 그러니까 아홉 살짜리 꼬마가 이렇게 글을 써서 들어달라고 하는 거다. 들어주세요. 우리 얘기를 들어주세요. 어두운 곳에 갇혀 있는 우리를 봐주세요.”

아무 소리 못하고 당하기만 한 아이들의 끔찍한 모습을 담은 영화 ‘도가니’가 떠올려진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