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뇌부 초유의 정면 충돌… 檢亂 치닫나

입력 2012-11-29 00:19

검찰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검사들의 잇단 추문으로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자신의 ‘직할부대’ 수장인 중수부장의 감찰을 지시하고, 중수부장이 이에 정면 반발하면서 지도부 내분 사태까지 발발했다. 특수부를 중심으로 일선 검사들이 ‘중수부 폐지’를 목적으로 한 ‘기획 감찰’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보이면서 자칫 ‘검란(檢亂)’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상 초유의 중수부장 감찰, 왜?=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의 표면적 이유는 ‘품위 손상’이다. 최 중수부장이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사건 초기 언론 대응 방식에 대해 조언을 해 줬는데, 그 과정에 비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검 감찰본부가 품위 손상을 이유로 중수부장을 감찰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감찰본부는 특히 김수창 특임검사팀으로부터 자료를 이첩받은 직후 전격적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검찰총장의 지시 없이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다.

이에 최 중수부장은 이미 한상대 총장에게도 보고했으며 특임검사팀도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 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장과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도 했다. 즉 비리 검사에게 도움을 준 행위보다는 현재 검찰의 위기상황 대응책에 대한 이견이 직접적인 감찰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 총장은 중수부를 폐지하고 대신 서울중앙지검 산하에 부패범죄특별수사본부를 두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 검사들의 ‘좌장’ 역할을 해 온 최 중수부장 입장에서는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고, 최근 들어 대검 참모들의 개혁 논의에서 배제되는 등 한 총장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개혁안 발표를 앞둔 한 총장은 조직 내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개 감찰’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수부 폐지 등 특단의 개혁안을 내놓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한 총장이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는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수부장을 본보기 삼아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선 검사들 혼란·격앙=최 중수부장은 현직 최고의 특수수사 실력자로 꼽히며,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간부다. 그에 대한 감찰 착수 소식에 당장 일선 검사들은 크게 동요했다. 특히 특수부 검사들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재경지청의 한 부장검사는 “어이없고,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검찰 조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중수부 폐지에 반대해 온 중수부장을 내보내려는 기획 감찰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항의 연판장이라도 돌려야 할 상황 같다”고 흥분했다.

중수부는 감찰 소식 직후부터 밤늦게까지 대책 회의를 했다. 일선 검사들은 삼삼오오 회동을 갖거나 전화 통화를 하며 진상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후배 검사들이 최 중수부장을 옹호하며 한 총장 퇴진을 전면 거론하고 나설 경우 극심한 내분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서둘러 검찰 개혁 논의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특별지시를 내렸다.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과 그에 따른 혼란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셈이다.

이번 사태와 다소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과거에도 검찰 수뇌부의 내분 혹은 항명사태가 있었다.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은 1999년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에 연루돼 사퇴 종용을 받자 “정치권력에 영합하는 검찰 수뇌부도 함께 퇴진해야 한다”며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등의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 수뇌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심 전 고검장을 파면 조치했으나 2년 뒤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왔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