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일보 ‘김정은 섹시男’ 망신보도… 美 풍자 전문매체 보도 베껴

입력 2012-11-28 22:03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최고의 섹시남’으로 선정한 미국 풍자 전문매체 ‘디 어니언(The Onion)’ 보도를 사실인양 정색하고 보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어니언이 ‘섹시 남성’으로 꼽은 이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금융사기범 버니 매도프 등 부정적 인물이 대다수다.

어니언이 김정은을 ‘올해 최고의 섹시한 남성’으로 꼽은 것은 지난 14일. 선정 이유는 ‘동그란 얼굴에 귀여움과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평양의 모든 여성이 꿈에도 그리는 남성’이었다.

풍자매체 보도는 한번 웃고 넘길 일. 그러나 태평양을 건너면서 일이 커졌다. AP통신은 풍자 보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민일보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과정을 소개했다.

홍콩의 피닉스TV 웹사이트는 21일 어니언의 섹시남 선정 소식을 전했다. 이때만 해도 풍자매체 보도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중국 일간 양쯔만보의 웹사이트 양쯔닷컴이 피닉스TV를 인용하면서 진지한 ‘스트레이트 뉴스’로 탈바꿈했다.

26일에는 베이징의 광명일보 웹사이트가 양쯔닷컴을 인용 보도했고, 27일 인민일보는 웹사이트에 이를 머리기사로 장식했다. 어니언 기사에 김정은 사진 55장까지 올리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결국 이 보도가 풍자로 알려지자 인민일보는 28일 기사를 내렸다. 그러나 이때는 어니언이 홈페이지에 “더 자세한 소식은 ‘어니언의 자회사 인민일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링크를 건 뒤였다. 중국 언론인터넷 성향을 연구하는 단웨이닷컴의 제레미 골드콘 소장은 “중국에선 출처만 표기한다면 기사 전문을 그대로 싣거나 아예 편집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