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주민참여예산제 좌초 위기… 시의회 예산 무더기 삭감
입력 2012-11-28 22:22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주민참여예산제가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무더기 삭감하면서 제도 시행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28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시의회 일부 상임위는 주민참여예산제로 선정된 사업 예산을 상당 부분 삭감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자체의 사업수립 및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토록 한 제도다. 박 시장은 취임 전부터 이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시는 올해 처음 제도를 도입했다. 시민들이 제안한 사업들 중 500억원 규모의 132개 사업을 선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의회는 한부모 가정 이해교육강사 양성교육(5800만원), 청소년 전용클럽 힐링캠프 운영(11억원), 청소년누리터 조성(5억원), 토요마을학교 운영(5억원), 다문화가족 서울속 궁궐나들이(1200만원) 등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4·19문화제 지원(2억9000만원), 지붕 없는 동네미술관 마을 조성(3500만원), 리폼 바느질공방 지원(4200만원) 등의 예산도 모두 깎였다. 나머지 사업들도 해당 상임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예산 40억7000만원을 유치했던 은평구는 심의에서 36억원이 깎여 사실상 주민참여예산제는 껍데기만 남게 됐다.
시의회는 사업 중복과 자치구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예산안을 예결위원회에 올리기 전 상임위에서 걸렀다고 설명했다. 예산심의는 의회 고유권한이며, 주민참여예산제 사업의 타성과 구체성을 고려해 삭감 결정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해당 사업들은 예상 지출내역이나 사업 효과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특정지역에 편성됐다고 삭감하는 것은 지역환경에 맞게 주민이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제도 자체가 시의원의 발의로 제정된 조례에 근거하는 데도 시의회에서 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모순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