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연출·공연기획자 정도연씨 “제주 풍광에 걸맞은 문화를 입혀나가죠”

입력 2012-11-28 19:45


“자연 앞에선 사람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쉽게 하나가 되죠.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축제 내내 참가자들이 제주의 자연에 매료돼 모두 하나가 되는 감동을 느낍니다.”

국내 유일의 여성 창극연출가이자 공연기획자인 정도연(42·사진)씨는 28일 제주 자연과 올레의 힘을 이같이 표현했다. 정씨는 2010년부터 올레걷기축제 총감독을 맡아 현장공연을 연출해 왔다. 지금까지 올레코스 150㎞ 구간에서 총지휘한 프로그램은 100여편.

얼마 전까지 여성 탐방객 피살사건으로 그늘졌던 제주 올레길이 정씨가 지휘한 11월 올레축제를 거치면서 신명 나는 길로 거듭났다. 7개월을 준비한 축제는 자원봉사자들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씨가 올레축제 감독을 맡은 건 순전히 올레의 매력에 빠지면서다. 그는 “당시 일본에서 창극 공연을 끝내고 지쳐 있던 중 선배의 추천으로 올레를 걷게 됐다”면서 “처음엔 3박4일 일정으로 떠났는데 길에 매료되면서 12박13일을 걸었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에게 긴 손글씨 편지를 쓴 것이 축제 연출을 맡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제주올레 걷기축제야말로 관객과 공연자의 일방적 관계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의 현장’이라고 평가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걸으면서 웃고 인사하고 대화하게 된다. 축제가 끝난 뒤엔 어느새 친구,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정씨는 “제주를 한 바퀴 잇는 올레 코스가 최근 완성돼 개장행사를 연출했다”며 ”4년 전 맨 처음 걸었던 순수 올레꾼들의 마음이 모아져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고 밝혔다.

올레축제가 길 위의 자연과 잘 어우러진 문화를 입히는 작업이 돼야 독창적인 세계 축제가 될 것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정씨는 “지친 도시인들은 힐링을 위해 제주 자연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풍광에 걸맞은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이미 제주 서귀포에 공연축제기획사 ‘브로콜리 404’를 마련해 놨다.

제주=글·사진 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