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 (2)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정신장애인 동료지원 서비스

입력 2012-11-28 19:07


10년째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박찬주(52·여)씨는 하루 종일 집안에서만 생활했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병을 치료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1년에 한두 번씩 증상이 심해지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박씨는 지난 1월 언니의 권유로 ‘정신장애인 동료지원 서비스’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방문해 말벗이 돼주는 프로그램이다. 병을 앓은 지 10년 만에 박씨에게는 함께 고민을 나눌 친구가 생겼다.

박씨의 ‘마음 돌봄’ 친구는 1994년부터 정신분열증을 앓아온 장영임(50·여)씨다. 장씨는 지난 1월부터 박씨와 파트너가 됐다. 이들은 2주일에 한 번씩 만나 한 시간가량 안부를 전하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은 지난 27일 ‘정신질환 치료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씨는 “호전되는 것 같아 한 달째 약을 안 먹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나도 약을 끊었더니 처음엔 괜찮아지는 것 같았지만 곧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게 됐다”며 “당장 호전되는 것 같아도 약을 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박씨는 “센터나 병원에서도 약물에 대한 설명은 듣지만 실질적으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의 말을 들으니 더 와 닿는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하는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의 ‘정신장애인 동료지원 서비스’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담을 받는 ‘이용자’와 상담을 해주는 ‘활동가’ 모두 정신장애를 앓고 있으며, 이들을 보조하는 비장애인 사회복지사 또는 보조활동가 한 명이 함께 짝을 이뤄 3인 1조로 활동한다.

이들을 1년째 함께 지켜보고 있는 신헌숙 보조활동가는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박씨의 표정이 어두웠고 의욕도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센터의 황창규 사회복지사는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은 정서적으로 고립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질환자들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