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입양제도 ‘악마 양부’ 키웠다… 인우보증서만으로 21명 장애아 입적 후 학대

입력 2012-11-28 22:19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정부지원금과 보조금을 노리고 편법으로 장애아를 입양하는 사례가 잇따라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동 입양 시 친부모나 후견인의 입양동의서, 양부모가 될 사람의 가정환경조사서, 범죄경력조회 회보 등 소정의 서류를 갖춰 가정법원에서 입양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예규에는 병원 외에서 출산한 경우 병원이 발급한 출생증명서 없이 2인의 인우보증서만 있으면 동사무소에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타인 2명의 지원만 있으면 버려지거나 보호자가 불분명한 아동을 자신의 호적에 입적할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경우는 지난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에 수사 의뢰했던 장모(72)씨 사건이다. 장씨는 정식 입양 절차 없이 인우보증제도를 이용해 40여년 동안 손쉽게 장애아들을 입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씨는 자신의 호적에 올린 장애아들을 강원도 원주 산속 움막에 가둬 두고 노동 강요와 폭행, 성추행했다. 또한 매달 지급되는 장애인연금과 복지급여를 가로챘다.

장씨의 사례 외에도 충남 지역에 입양된 지적장애인 김모(25)씨의 양부모는 15년 동안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김씨에게 폐지와 고물 줍는 일을 시켰고, 김씨의 정부지원금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식 입양 절차가 아니라 인우보증을 통해 친자 입적을 할 경우 사후관리가 전혀 안 된다”며 “입양된 아동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할 수 없어 학대받거나 앵벌이 등 가혹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정식 입양된 장애아동 수는 2007년 40명, 2009년 36명, 지난해 65명으로 연평균 40∼50명이지만 인우보증을 통해 편법 입양된 장애아동 수는 그보다 최소 7배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현재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되는 아동들은 출생을 증명할 만한 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입양 양부모의 97% 이상은 입양신고 대신 인우보증을 통해 허위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우보증 외에 공적인 증명(통·반장의 확인서 등)이 있어야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장애인 수당 지급에 대한 관리 소홀도 문제다. 장씨의 호적에 올라 있는 21명 중 현재 남아 있는 장애인은 4명(40대 남성 2명과 30대 여성 2명)이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는 기초생활수급비와 관련해 장씨의 가구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10년 전 사망한 장애인 몫까지 이중 삼중으로 등록된 수급비를 지급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