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수부 폐지냐 감찰 강화냐’ 고심

입력 2012-11-28 18:59

검찰개혁안 발표를 앞둔 한상대 검찰총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검사 추문과 미숙한 대응,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현직 검사 문자메시지 파문으로 입지가 좁아졌고, 검찰개혁안이 국민 눈높이와 조직 안정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한 총장은 28일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검찰개혁안 확정을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 개혁안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한 총장이 구체적인 방안들을 일일이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참모진에게 “이번에는 정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안을 내야 한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우리의 생각은 버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한 총장은 감찰 기구를 검찰 외부에 설치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감찰강화 방안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검사장 토론회에서도 “고위 간부에 대한 감찰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중 하나의 방안을 선택하거나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개혁단을 설치하고 전권을 넘기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수사를 낮추고 기소배심제를 도입하는 등 검찰권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가 ‘기소독점주의 포기, 기소권에 대한 시민참여 통제,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개혁안은 사실 검사에게 유리하다’고 쓴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한 총장은 이를 뛰어넘는 안을 내놔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평검사회의마저 이번 사태를 넘기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윤 검사는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개혁안 중 확정된 건 아직 하나도 없다”며 “개혁안 발표도 하루 이틀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전모(30) 검사의 2차 영장실질심사는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김광준(51) 검사에 대한 구속기간을 다음달 8일까지 연장했다. 김 검사의 금품수수 규모는 당초보다 늘어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팀은 구속기간 만료 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