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이웃 보듬는 ‘희망 전도사’] ‘희망나무커뮤니티’ 양정모 이사장, 재능기부 앞장 봉사도 금메달
입력 2012-11-28 22:17
“국민들이 보내 주신 뜨거운 박수, 환호….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제 보답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1976년 제21회 몬트리올 하계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 정상에 올라 해방이후 대한민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던 양정모(59)씨. 그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희망 굴리기’에 나서며 인생 2막의 매트 위에 올랐다.
그는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후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후진 양성에 전념해 왔다. 내년이면 어느덧 환갑. 더 늦기 전에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었다. 몬트리올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날짜인 8월 1일에 맞춰 지난 8월 1일 봉사단체인 ‘희망나무 커뮤니티’(이하 희망나무)를 결성했다. 이사장직도 맡았다.
양 이사장은 의사, 변호사, 기업인, 문화인, 그리고 스포츠 스타 등 각계 인사 13명으로 구성된 ‘희망나무’의 창립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체육, 문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불우청소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희망나무’는 인씨엠예술단(단장 노희섭)과 함께 지난 9월 야심작으로 세계 초연 오페라 ‘다윗왕’을 무대에 올렸다. 또 지난 11일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양 이사장은 ‘인씨엠 힐링보이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석순(83) 할머니의 아리아 열창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70세에 남몰래 성악을 공부했다더군요. 아리아를 듣고 나니 제 나이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망나무’는 2년 후엔 재단법인으로 거듭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양 이사장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 광고 모델로 나서기로 했다. 출연료는 전액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금메달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광고를 찍지 않았다.
어려운 이웃들 속으로 걸어 들어간 국민의 영웅 양정모. 그에게 물어봤다. 왜 희망을 이야기하느냐고.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절망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군요. 그분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하늘이 돕는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요. 전 다만 그분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작은 희망을 전해 주고 싶을 뿐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