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히딩크, 어퍼컷 세리머니는 영원하리… 30년 ‘매직 축구’ 마침표
입력 2012-11-28 18:51
“굿바이! 히딩크.”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66) 감독이 올해로 ‘30년 마법 인생’의 종지부 찍는다.
히딩크 감독은 2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유력 일간지 ‘드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이 끝나면 감독직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 2월부터 러시아 프로축구팀 안지 마하치칼라를 맡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안지에 합류할 때도 오래 머물 의도는 없었다”며 “나는 지금 66세이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아직도 매일 필드에 설 때마다 에너지가 넘치지만 사람들이 나를 두고 ‘저 사람이 아직도 있네’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안지가 감독으로서 맡는 마지막 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으나 어떤 형태로든 축구계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어린 선수나 젊은 지도자들에게 조언과 가르침을 주는 고문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블랙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특유의 유머를 섞어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히딩크 감독은 1982년 네덜란드 데 그라프샤프 코치로 지도자 생활 시작했다. 87년 자국 프로축구 PSV에인트호벤 사령탑으로 처음 감독직을 맡은 그는 그해 정규리그 3연패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우승(87∼88시즌) 등을 이끌며 명장 지위에 올랐다.
이어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 감독으로 팀을 4강으로 이끌었고,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4강 신화를 일궜다. 당시 승리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라는 말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된다. 세계 언론들은 이때부터 히딩크 감독의 승리를 ‘매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일 월드컵 직후 PSV에인트호벤 사령탑으로 돌아가 당시 대표팀 주축 선수였던 박지성과 이영표를 스카우트해 이들이 유럽 리그를 호령하는 초석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호주 대표팀 감독을 맡아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았고, 본선에서도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유로 2008을 앞두고는 러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팀을 4강에 진출시켰다. 2009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 감독으로 잠시 변신해 팬들에게 FA컵 우승을 선물했다. 30년간 파란만장했던 지도자 생활을 마감함에 따라 히딩크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도 올 시즌이 끝나면 볼 수 없게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