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軍선교연합, 애기봉 성탄트리 안켜는 이유는… “대선 앞두고 남북 긴장 원치 않아”
입력 2012-11-28 21:13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인류 구원과 사랑·평화를 주기 위해서인데 애기봉 점등을 놓고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거나 전방 장병들의 근무 강도가 세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총무 김대덕 목사는 27일 성탄절을 즈음해 군선교계가 개최하려던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의 성탄트리 등탑 점등 행사를 전격 취소한 것과 관련, 이같이 말했다.
김 목사는 이날 오후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자칫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와 어긋난다고 판단해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진보와 보수, 전방지역 주민과의 갈등의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데 군선교계의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전방에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과 북한인권 단체의 전단 살포 등으로 경계근무가 강화돼 장병들의 심적·육체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군목들의 의견이 제기돼 점등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군선교연합회 등 3개 단체는 지난달 2일 서부전선 애기봉과 중부전선 평화전망대, 동부전선 통일전망대에 성탄트리 점등식을 갖겠다고 국방부에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23일 3곳 모두 점등식을 취소하겠다고 다시 통보했다.
해발 165m의 애기봉 정상에 세워지는 등탑의 불빛은 2∼3㎞ 떨어진 북한 개성시내에서도 보인다. 북한은 애기봉에 점등할 경우 ‘직접 타격’까지 거론하며 반발했다.
애기봉 등 성탄트리 등탑 점등은 2004년 6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 활동을 중지하고 선전 수단을 모두 제거키로 한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그러나 군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그해 12월 21일 종교단체의 등탑 점등 행사를 다시 허용했다. 지난해에는 김정일 사망으로 점등 이틀 전 전격 취소된 바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