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쾅! 명량대첩 사용 추정 총통 찾았다… 진도 울돌목 해역 유물 인양

입력 2012-11-28 19:08

전남 진도군 오류리 인근의 명량해협, 일명 울돌목 해역에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명량대첩 때 실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 3점이 처음 발굴됐다. 고려 비색청자 전성기 때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국보급 청자들도 대거 인양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8일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도 오류리 해역 수중 발굴조사 성과를 발표했다.

◇소소승자총통은 명량대첩의 첨단무기?=조선 중기의 개인용 화기인 승자총통류로는 승자, 차승자, 별승자, 소승자총통이 문헌에 보이며 유물로도 전한다. 이번에 발굴된 소소승자총통은 기록에도 없는 것으로 실물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소소승자총통은 소승자총통(사정거리 약 120m)보다 총구를 좁혀 사정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한 것이다. 이번에 나온 3점은 모양과 크기(58㎝, 지름 3㎝)가 거의 같다. 각 총통에는 제작연월·제작지·총기이름·무게·제작자명 등이 몸통을 돌려가며 새겨져 있다. 총통은 무자년, 즉 1588년 전라좌수영에서 제작됐다. 이것이 전라우수영으로 배송돼 9년 뒤 정유재란이 발발한 1597년(선조 30) 명량대첩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물들은 울돌목에서 5㎞ 떨어진 지점에서 인양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돌로 만든 포환인 석환(지름 8.6㎝, 무게 715g)도 나왔다. 전라우수영에서 무기 유물이 나온 건 처음이다. 명량대첩은 백의종군했던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 자리를 원균으로부터 넘겨받은 뒤 진을 해남 우수영으로 옮긴 후 치렀다. 12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쳐부순 전투다. 연구소 수중발굴과 임경희 학예연구사는 “총통 제작 시기와 발굴 지점 등으로 미뤄 명량대첩과 관련한 유물이 틀림없다. 국내 무기발달사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진년인 올해 임진왜란 관련 유물이 발굴돼 뜻 깊다”고 했다.

◇해양에서 건져낸 국내 최상급 유물=이곳 해역에서는 또 순청자, 상감청자, 조질(질 낮은) 청자 등이 다양하게 발굴됐다. 특히 향로나 붓꽂이 등 기존 국보급 청자에 버금가는 최상급 유물도 나왔다.

주목을 끄는 것은 맑은 비색을 띠고 한 점 한 점 규석을 받쳐 구운 기린형 향로 뚜껑(몸체는 없음)과 오리형 향로다. 김영원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기린형 향로는 국보 65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의 같은 기형에 비해 표현이 더욱 섬세한데, 기린의 꼬리 부분을 말려 올린 것이나 혀까지 세밀히 묘사한 건 놀랍다”고 했다.

오리형 향로도 양감이 풍부하고 향로 뚜껑 바닥의 향 배출 구멍도 드물게 꽃 모양으로 새겼다. 김 소장은 “12세기 고려 비색 청자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인종의 장릉에서 출토된 청자에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양어문(兩魚紋) 비색청자 접시, 붓꽂이 외에 14세기의 상감 도자기 등 폭넓게 나왔다.

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소장은 “인양 유물 근처에서 닻돌이 많이 발견됐다”며 “청자 운반선이 난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유물은 지난해 11월 이 해역에서 고려청자 도굴범이 붙잡히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