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국 지원’ 아이디어 짜내니 깜짝 효과… ‘난민 감옥’ 해결, 학교 출석 급증
입력 2012-11-28 19:09
3년 전 에티오피아는 영국 정부에 어린이들의 학교 출석률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영국은 학교를 짓고 교사를 늘리기 위해 돈을 보내는 대신, 학생들의 실제 출석률에 비례해 현금 보너스를 주는 ‘현금수송(COD)’ 방식을 제안했다. 10학년 졸업시험 응시자 숫자에 따라 남학생 1인당 50파운드(약 8만7000원), 여학생 1인당 85파운드씩 돈을 주고, 시험 합격자 수에 따라 2배의 돈을 더 해주기로 하고 그 방법은 에티오피아 정부에 전적으로 맡겼다. 올해부터 에티오피아는 COD를 도입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에티오피아는 초등학생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 스탠퍼드의 ‘빠른 결과 연구소(Rapid Result Institute)’가 제안한 것이다. 이 연구소는 가난한 나라에 무조건 돈이나 물품을 보내고 일방적인 개발계획을 요구하는 대신,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고 현지에 필요한 방식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레바논에는 1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있다. 하지만 난민촌은 없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이 식량과 텐트를 나눠주는 대신 현금, 식권 그리고 집세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난민들은 일반 시민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소말리아 사태로 생긴 케냐 북부 다다압의 난민촌이 20년 동안 지속되면서 ‘난민 감옥’이 돼 버린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식량기구(WFP)도 올해부터 식량지원의 3분의 1을 현금 지원 방식으로 바꿨다. 지역 농산물 시장이 활성화되고 농부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다. 지원을 받는 사람들도 늘 먹어오던 향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트럭으로 식량을 싣고 다니다 위험한 일을 겪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액대출 마이크로파이낸스도 ‘마이크로 보험’ ‘마이크로 프랜차이즈’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싼 비용 때문에 보험 가입은 엄두를 낼 수 없던 작은 농가도 위성사진으로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최신 기술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 보험에 가입하게 됐다. 우간다에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깨끗한 물을 먹게 해주는 미니 정수기, 영양식량 등을 배달하는 사업이 새로운 자립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빠른 결과 연구소의 아이디어를 실행해보니, 돈은 훨씬 적게 들고 효과는 컸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때론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며 이 연구소의 나딤 마타 대표를 ‘세계를 움직인 올해의 사상가 100명’에 선정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