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귀희] 장애인 빼놓은 예술인복지법

입력 2012-11-28 19:44


예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큰 힘을 갖고 있다. 예술로 위안을 받고 예술로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도 예술만이 갖고 있는 기능이다. 그러나 정작 예술인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예술이 비정규직 직업이기 때문이다. 장애를 갖고 있는 예술인은 더욱 열악하다.

장애인 복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정책 가운데 장애인 예술 사업은 전무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장애인 예술 업무를 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3년 전인 2009년이다. 장애인 예술이 얼마나 빈약한가는 예산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2012년도 예산을 보면 장애인 체육 예산은 436억원인데 장애인 예술 예산은 40억원이다.

2007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실시한 ‘장애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예술인은 91.1%가 발표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했다. 예술활동의 기회 부족으로 96.5%가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고, 69.3%가 월 수입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예술인복지법 시행으로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예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장애예술인들이 또다시 소외되고 말았다. 예술인복지법의 골자는 예술인들에게 4대 보험 혜택을 준다는 것이었는데 시행령 상으로는 산재보험만 가능하다. 장애예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인데 모두 빠졌다. 유일한 혜택인 산재보험도 100% 본인 부담이다.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본인 부담으로 산재보험을 들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산재보험은 활동이 많은 예술인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창작활동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장애예술인에게는 밥도 먹지 않은 사람에게 소화제를 먹으라는 것과 같다.

관계부처 담당자에게 예술인복지법이 장애예술인을 배제시키지 않도록 해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하고 부탁도 했다. 예술인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됐는데 예술인복지법 제10조(재단의사업) 3항에 ‘취약예술계층’의 생활안정지원을 규정하고 있어 시행령에 ‘장애예술인’을 못박아 달라고 했지만 ‘장애’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 상식도 없고 관심조차 없는 재단 임원들이 장애예술인을 배려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임원 15명 가운데 한 명은 장애예술인으로 채워야 한다고 했지만 그마저 성사되지 않았다.

예술인복지법 2조에서 이 법의 수혜 대상인 예술인을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 정의에 맞는 예술인의 조건을 장애예술인이 갖출 수 있겠는가.

영국은 잉글랜드예술위원회에서 두 차례 장애평등계획을 세워 장애예술인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장애평등계획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잉글랜드예술위원회 모든 조직과 사업에 장애인을 적극 참여시켰다. 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장애평등에 대한 연수교육을 실시했으며 장애예술인에 대한 장애평등계획이 이뤄지고 있다. 앨런 데이비 위원장은 장애인 예술을 “다양성을 보여주는 위대한 예술”이라고 칭송하고 있지만 우린 이 정도까지 원하지 않는다. 장애예술인이 창작활동으로 존재감을 갖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방귀희 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