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0] TV 토론, 대선 승부처 될까… 초박빙 구도 깨뜨릴 부동층에 큰 영향
입력 2012-11-28 21:47
대선 후보 간 TV토론은 간 데 없고, TV토론을 둘러싼 논란만 벌어지고 있다. 대선을 20여일 앞둔 28일 여의도의 풍경이다. 한 정치학자는 “살다 살다 이렇게 게으른 선거는 처음 본다”며 혀를 찼다.
◇대선 보름 전 첫 토론회=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다음달 4일 TV토론에서 처음으로 격돌한다. 대선을 보름 앞둔 시점에 비로소 첫 토론이 열리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까지 3명이 참석해 권력형 비리방지 및 대북·외교 정책을 주제로 토론할 예정이다. 이 토론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관위가 주최한다. 무소속 박종선 김소연 강지원 김순자 후보의 TV토론은 별도로 5일 오후 11시부터 2시간동안 진행된다. 강 후보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얼마 전 미국 대선판도를 흔들었던 양자 TV토론은 우리나라에선 언제 열릴지 알 길이 없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가 양자 TV토론을 기피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박 후보가 야권 후보가 2명이라 TV토론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후보등록 전 후보 간 TV토론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문 후보로 범야권 대표주자가 결정됐는데도 박 후보가 이를 피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공격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야권의 단일화 때문에 후보 확정이 늦어진 것일 뿐 피한 적이 없다”며 화살을 야권으로 돌렸다.
◇토론회 관전 포인트는=초박빙 판세에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퇴장으로 부동층이 증가한 만큼 전문가들은 이번 TV 토론이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박·문 두 후보는 상대방 공격보다는 자신의 비전과 공약을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국정운영 철학과 정책을 담담하게 국민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에서는 지난 26일 단독 TV토론에서 박 후보가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느라 공약 전달력이 떨어진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거사 등 민감한 질문에 발끈해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모의연습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TV토론 경험을 풍부히 쌓긴 했지만 여성 2명과의 대결은 처음이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후보 자신부터 걱정이 됐던지, 주초에 열린 내부 회의에서 “본선 TV토론 준비는 이전보다 훨씬 더 탄탄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신경민 미디어단장은 “기조를 ‘품격 있는 토론’으로 가져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캠프는 안 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TV토론에서 문 후보가 지나치게 안 전 후보를 몰아붙였다는 시각도 있어 수위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정희 변수’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 후보 측 김미희 대변인은 “노동자와 서민 쪽에 정확히 서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를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박 후보를 마구 비판하더라도 차분하게 대응하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가 두 여성 후보에게 공격당하는 모양새가 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손병호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