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0] 5일만에 입 연 安 “제 개인 아닌 지지자 입장서 판단”… 지원 의사는 확실
입력 2012-11-28 21:55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가 28일 후보직 사퇴 닷새 만에 입을 열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언제 어떻게 도울지 언급하지 않은 대신 지원 의사는 밝혔다.
안 전 후보는 낮 12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서울 공평동 캠프 인근 중식당에서 공동선대본부장 3명을 포함한 실장급 이상 16명을 만났다. 23일 사퇴 회견 후 처음 캠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였다. 한 참석자가 ‘문 후보를 돕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하자 안 전 후보는 “사퇴 회견문에 제 생각이 많이 담겨 있다. 그걸 보면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회견문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며 향후 행보를 좀 더 숙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후보 지원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선거 지원을 원하는 민주당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어 그의 도움이 절실한 문 후보 측으로선 애가 타는 상황이다. 한 참석자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에게 느낀 실망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돕겠다는 큰 방향은 이미 잡혔고 어느 시점에 어떤 메시지와 방식으로 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입장에 따라 이번 주에 열릴 것으로 보였던 해단식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 지원 시기도 자연스럽게 늦춰질 수 있다. 캠프 관계자는 “이르면 금요일(30일) 또는 일요일(12월 2일)에나 해단식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전 후보는 점심 자리에서 맨 먼저 지지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내린 결단에 후회한 적이 없는데 사퇴할 때 울컥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 담담한 표정으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정말로, 진심으로 고맙다. 지지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큰 마음의 빚을 졌다. 평생 이 빚진 마음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빚을 꼭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안 전 후보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식당에 등장했다고 한다. 이 모습에 몇몇이 “누군지 다 알겠다”고 하자 “그래요?”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사퇴 회견 후 첫 외식”이라고 했다. 안 전 후보는 24일부터 지방을 다니며 고마웠던 이들을 만났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도 봤다. 그는 “‘연가시’와 ‘도둑들’을 봤는데, 현실이 워낙 다이내믹해서 (영화가) 재밌는 줄 모르겠더라”고 했다. 또 ‘십자군 이야기’와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에 올라왔다는 안 전 후보는 점심식사를 마친 뒤 “다시 시골로 내려간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문 후보 측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안 전 후보와의 회동이 계속 늦어져 이러다 ‘안철수 지지층’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의 ‘서운함’을 달래줄 방법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강제당론 지양, 국고보조금제 정비, 국민연대 실현 등 안 전 후보와 함께한 새정치 공동선언 내용이 거의 다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