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인생’ 아버지, 딸의 변화구와 통하다…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입력 2012-11-28 18:18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미국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으로 우뚝 선 클린트 이스트우드(82)가 19년 만에 연출이 아닌, 순수하게 배우로만 출연해 연기의 참맛을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다. 스토리는 뻔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한때 최고의 스카우터로 인정받던 거스 로벨(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구단의 신뢰를 예전처럼 받지 못한다.
로벨은 노안이 심해져 병원의 수술 진단을 받고 동료의 은퇴 권유까지 받게 되지만 계속 일을 하겠다며 고교 에이스 선수의 스카우트를 위해 지방으로 떠난다. 그의 유일한 가족인 딸 미키(에이미 애덤스)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승진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아버지가 시력을 거의 잃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걱정이 돼 함께 따라나선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인 오해와 원망으로 인해 부녀 관계는 뭔가 서먹하고 껄끄럽기만 하다. 영화는 늙은 아버지와 어느 덧 성년이 된 딸의 갈등,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세대 차이 나는 두 사람의 소통을 이어주는 도구는 야구다. ‘직구 인생’을 고집하는 아버지가 결국 딸과의 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변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훈훈하게 전개된다.
이스트우드는 고독한 남자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일찍 떠나보낸 아내의 무덤가에 앉아 울먹이며 ‘유 아 마이 선샤인(You are my sunshine)’을 부르는 장면도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그의 전작들에 비하면 진지하거나 철학적이지 않아 소품 같은 느낌을 준다. 수십 년간 이스트우드의 작품에 기획·제작자로 참여한 로버트 로렌즈의 감독 데뷔작. 29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