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10) 혹독한 내전으로 유럽 최빈국 전락한 보스니아
입력 2012-11-28 21:18
부모 잃고 장애 고통… 내전 상처 떠안은 아이들
내전(1992∼95년)의 아픔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유럽 동남부에 위치한 이 나라는 언어 및 역사적 배경과 종교 갈등으로 15만명 이상이 전쟁으로 사망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다.
그중에서도 지난 20∼22일 한국 월드비전팀이 방문한 라쉬바 지역은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다.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져 있는 이곳은 집시생활을 하는 가난한 소외 계층인 소수민족 로마(Roma)족 400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현지 월드비전에 따르면 이 지역 아동들은 열악한 환경과 가난한 가정 형편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가 멀리 있으나 갈 수 있는 교통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으며 아동을 위한 문화시설이 없어 여가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동들은 늘 인신매매와 가정폭력, 또는 방임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지역 18세 미만의 아동 1만8000여명 중 190여명은 고아이고 220여명은 장애 아동이다. 부모의 잦은 다툼과 학대로 정서적 불안을 겪는 아동들도 적지 않다. 또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부모의 인식 부족으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스니아는 특히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과도기, 개혁지연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빈곤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내에 활발한 교류가 없고 화합이 이뤄지지 않는 것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득은 낮은 반면, 물가는 인근 유럽 국가와 비슷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상대적 빈곤감은 더욱 크다.
지난 20일 만난 알마딘(9)의 가족도 그런 케이스다. 알마딘의 다섯 가족은 화장실이 없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달랑 방 한 칸에서 함께 살고 있다. 내전 당시 보스니아를 위해 총을 들었다는 알라딘 아빠는 가끔 일용직으로 일하지만 사실상 다른 많은 가장처럼 실직한 상태다. 엄마는 간 질환을 심하게 앓아 발작을 하는 탓에 돈을 벌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장래 자동차를 수리공이 되고 싶다는 알마딘은 비가 오면 해진 신발에 물이 새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다고 핑계를 대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월드비전은 2007년부터 이 지역에 다양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2022년까지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 및 소득증대 사업을 적극 벌일 계획이다. 지역주민과 회의를 개최하고 주민이 주체적인 활동을 하도록 격려하는 역량강화 사업과 불우아동 결연사업도 월드비전이 해야 할 중점 사업들이다.
그동안 사업장 직원과 지역 주민들이 협력해 많은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셀마(9)네 가족은 월드비전 성공사례 중 하나다. 4년 전 셀마네 가족은 월드비전으로부터 닭 100마리를 기증받아 계란을 낳아 소득을 내기 시작했다. 이 돈으로 염소와 젖소를 구입했고 현재 우유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월드비전으로부터 현대적인 농·목축 기술을 전수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셀마는 태어날 때부터 척추측만증 환자라 허리가 안 아프게 ‘신체 보호대’를 기증받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했다.
월드비전은 아동교육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빠가 시각장애인이라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지만 학업성적이 좋은 시비치 레일라(15)양에게 매달 학비와 학용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레일라 양은 앞으로 메디컬 스쿨을 졸업하고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다. 얼마 전 한국의 후원자에게 갖고 싶은 바비 인형을 선물 받았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깊은 산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앨비라 폴리치(9) 양은 한국의 여성 후원자가 보낸 영상을 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색연필과 옷 등을 선물 받으며 훌륭하게 잘 자라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폴리치 양은 앞으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예쁘게 다듬어 주는 훌륭한 미용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보스니아의 소외 아동들은 한국의 후원자에게 편지 한 통 받길 기도하고 있었다. 할머니와 사는 레일라(12)와 제일라(10)양은 이번 연말에 한국의 후원자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낼 작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아침 인사는 어떻게 하며 감사하다는 표현은 어떻게 하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월드비전 보스니아 책임자인 한스 J 베데르스키씨는 “후원 아동과 지역 주민을 대표해 한국의 후원자님께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며 “아직도 내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보스니아 주민들에게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라예보=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