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사랑의 약속을 지키는 교회

입력 2012-11-28 17:51


지난 21일 세상에서 가장 오랜 기간 식물인간으로 살았던 에드워다 오바라(59)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16세에 복용했던 인슐린이 부작용을 일으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는데 의식을 잃기 전 그녀의 어머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엄마, 제발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그러자 어머니는 “아무렴. 절대 네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약속은 약속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곧이어 에드워다양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장기 입원을 권유하는 의사의 말을 거부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 후 그녀의 부모는 그녀 곁을 항상 떠나지 않고 그녀와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1976년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이전보다 더욱 지극한 정성을 에드워다에게 쏟았다. 한 번에 1시간30분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24시간 딸을 돌보았던 어머니는 딸을 간호한 지 38년 만인 2008년 딸의 침대 곁에서 평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딸의 약값 때문에 무려 30만 달러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되었지만 자신의 딸을 ‘짐이 아닌 축복’이라고 불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그녀의 여동생이 간호를 맡았는데 4년 후인 지난 21일 에드워다씨도 어머니를 따라 삶을 마감했다. 지난 2001년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 박사는 사랑의 약속을 끝까지 지킨 이 어머니의 헌신에 감동하여 ‘약속은 약속이다: 한 어머니의 믿기 힘든 무조건적인 사랑 이야기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책을 펴냈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두 가지 기초를 보게 되는데, 바로 의지와 감사다. 즉 진정한 사랑을 하려면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아울러 그 대상에 대한 한없는 감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의지만 있는 사랑은 오기로 변질되기 십상이고, 감사만 있는 사랑은 쉽게 돌변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기초가 있어야만 ‘사랑의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

사랑이란 말이 넘쳐나는 성탄 시즌이 또 다시 다가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흔하기도 하지만 가장 경험하기도 힘든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약속이 바로 사랑의 약속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요 13:1)하셨다. 비록 그들이 곧 자신을 버리고 배신할 사람들이지만 예수님은 결코 그들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으셨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에 넘쳐나는 상업적이고 퇴폐적인 사랑들에 맞서 한국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대중 앞에서 자신을 선전하기 위해 성탄 시즌에만 반짝하는 ‘자선 쇼’가 아니라 에드워다씨의 어머니처럼 결연한 의지와 한없는 감사를 품고 끝까지 세상을 향한 사랑의 약속을 지키는 한국교회를 기대해 본다.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