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고객 신용’ 실천 공로 감사패 받은 김유수 보험설계사 “누구에게나 실망 안주려 노력”
입력 2012-11-27 20:30
“저는 제 일에 사명을 갖고 회사 동료나 보험 계약자, 가족에게 실망을 안 주려고 노력했을 뿐이에요. 누구나 그렇게 살지 않나요. 그저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지 내세울 건 하나도 없는데….”
팔순이 임박한 할머니 보험설계사 김유수(79·사진)씨의 목소리는 세련되고 힘이 있었다. 김씨는 한화생명 최고참 보험설계사(FP)다. 그가 보험 영업을 시작한 건 마흔 살이던 1973년 10월이었다. 당시 2남1녀의 어머니로 전업주부였던 김씨는 먼저 생활설계사를 하던 선배 언니의 권유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때는 보험설계사를 생활설계사라고 불렀다.
남편은 극구 만류했다. 맞벌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직장일과 집안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내는 김씨를 더 이상 만류할 수는 없었다. 김씨는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초심을 생각하며 굳은 의지로 밀고 나갔다”며 “설계사는 나이에 관계없이 일한 만큼 결실을 얻는 가장 진실한 직업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80년대 중반 김씨는 당시 대한생명(현재 한화생명)에서 가장 유능한 설계사로 통했다. 우수설계사 시상을 시작한 85년부터 91년까지 7년 연속 상위 20위권에 오르는 등 14번 상을 받았다. 85년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준공식에서 설계사 3만명을 대표해 준공 선서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대졸 신입사원 교육 등 각종 강의도 도맡았다. 80년대 그의 강의를 들은 신입사원들이 현재는 영업지점장이나 본사 간부 등 회사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이달로 39년1개월째 현장에서 뛰고 있는 김씨는 아직 건재하다. 올해에도 매달 3건 이상 계약을 따내고 있을 정도로 억척스럽다. 그동안 체결한 보험계약 2000여건 중엔 아들딸과 손자 손녀에 이어 증손자 증손녀까지 4대째 보험을 든 경우도 있다. 김씨는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회사로부터 가장 오랫동안 ‘고객 신용’을 실천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그에게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