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11월 30일 대국민 사과
입력 2012-11-27 22:23
검찰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성추문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고, 실명으로 검찰 개혁을 촉구했던 현직 검사의 글은 눈속임용으로 드러나 자체 감찰에 회부됐다. 현직 검사의 비리·추문이 계속되고 이를 수습하려는 검찰의 대응마저 겉돌면서 한상대 검찰총장은 예정보다 빠른 3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개혁안을 발표키로 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전날 법원이 기각한 전모(30)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27일 재청구했다. 혐의는 뇌물수수죄를 그대로 적용했다. 안병익 감찰1과장은 “피의자인 여성 A씨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진술이 있다”며 “영장기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녹취록 내용과 기타 증거들을 종합하면 A씨가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진술도 100%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녹취록에는 지난 12일 서울 왕십리 모텔에서 A씨가 전 검사에게 “사건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 검사는 자신보다 13살 많은 A씨를 ‘자기야’라고 부르고 반말로 ‘결정권은 부장(검사)에게 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정황만으로 뇌물죄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범죄가 성립되는지 상당한 의문이 들 정도로 대가성 등의 증거 관계가 부실했다는 뜻이다. 감찰본부는 밤새 일본 판례까지 검토하고 녹취록 내용에 대한 추가 분석 내용도 영장에 추가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의 한 부장급 검사는 “별다른 수가 없어 선택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성폭행이나 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가 마땅찮아 뇌물수수 혐의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석검사 30여명은 이날 검찰 현실을 반성하고 개혁안을 논의하는 모임을 가졌다. 감찰 강화 방안, 중수부 폐지 등 여러 개혁 방안이 논의됐지만, 특별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로 예정됐던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는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의 문자메시지 논란 등으로 연기됐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이제 검찰 스스로의 개혁은 힘들게 됐다”는 체념까지 나오고 있다.
한 총장이 다음 달로 예상됐던 검찰개혁안을 서두른 것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된다. 검찰 개혁안에는 검찰 내부 감찰 강화, 중요 사안에 대한 시민기소배심위원회 실질화 등이 포함됐지만 수뇌부 거취 문제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