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우등생 아닌 인간을 만들고 있었다”… 이지성·김종원씨가 본 필리핀 톤도지역 ‘희망교육’

입력 2012-11-27 18:54


세계 3대 빈민도시 필리핀 톤도의 파롤라 마을. 지난 2월 이지성(38) 김종원(36)씨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쓰레기산인 이 마을을 방문했다. 필리핀 정부마저 방치한 이곳에는 1m도 안 되는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3만여채의 판잣집이 늘어서 있다. 하루 평균 3∼4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우범지역이다. 이들은 열악한 주변 환경에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톤도교육센터 때문이었다.

톤도교육센터는 한국기아대책이 지난 2000년 세웠다. 두 사람은 센터가 길러낸 인재들이 필리핀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빈민촌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며 교사로 헌신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센터엔 필리핀 최고의 명문 국립 필리핀대학을 졸업하고 톤도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살로나 우바스와 같은 8명의 교사가 실재한다.

이곳 교사들은 알코올 중독, 도박 등으로 하루도 싸움이 그치지 않는 거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더 강해지고, 말과 행동이 정직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안다. 또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지성씨는 센터 교사들의 정신은 예수님 마음으로 한 인간을 생각하는 주일학교 교사의 헌신과 닮았다고 말했다. “센터 교사들은 배움의 기회에서 차별을 주지 않으며 우등생이 아니라 인간을 만듭니다.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교사가 그 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학생의 태도가 좋아질 때까지 함께 살며 교육합니다. 또 잘못이 있어도 학생 탓을 하지 않고 교사와 센터,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해결해갑니다.”

또 두 사람은 이곳의 교육원리가 주일학교 교육과 무너져가는 한국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한국의 많은 아이들이 학교폭력과 입시경쟁에 가슴이 멍들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요. 그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지만 한국 교회는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무너진 세상교육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두 사람이 말하는 톤도교육센터의 철학은 사람을 만든 다음 공부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또 11가지의 가치관 교육이 핵심이다. 이 외에 5가지의 윤리교육, 5가지의 꿈 교육, 5가지의 리더십 교육이 교육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이들은 한국 교회가 이제 교육으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교육적 대안에 목말라합니까. 교회의 세상과의 소통 방법을 바꿔야 해요. 세상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교회가 줄 수 있어야 해요. 그것은 바로 교육적 대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험악한 가정환경에 살고 있는 톤도 아이들이 변한 것을 보면 우린 어떤 것도 변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이곳에서 발견한 것은 무너져가는 한국 교육의 대안이라는 보석이었다. 이들은 세상에 이곳의 교육원리를 알려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을 가졌다. 의기투합해 그곳에서 발견한 희망교육의 원리를 담은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문학동네·사진)을 최근 출간했다. 두 사람 모두 20권이 넘는 책의 저자이지만 이번처럼 무엇인가에 끌려 책을 쓰긴 처음이다. 이번 책의 인세 전액은 필리핀의 빈민가 파야타스에 빵 공장과 학교를 세우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한편 기아대책 홍보대사인 이지성씨는 팬카페 ‘폴레폴레’와 함께 현재 아프리카에 100개의 학교와 병원을 짓는 ‘사랑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5개의 학교를 지었고 개인적으로 해외에 교회를 세우고 있다. 김종원씨는 톤도에 다녀온 뒤 책을 쓰는데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냈다. 억대 연봉을 포기한 그는 “1년에 1억원을 버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니냐”고 했다. ‘현금왕’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현금을 좋아했고, 기부엔 관심이 없던 그가 3명의 해외 아동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에서 봉사하면서 또 다른 책을 내고 인세 기부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