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사수” 칼 뽑은 당국… 달러 공급 죄기 나섰다
입력 2012-11-27 22:31
외환 당국이 급격한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드디어 칼을 뽑았다. 수차례 예고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가운데 첫 번째 보따리인 선물환포지션 축소를 단행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1080원 선을 지키고 장기적으로는 추가 개입 의지를 천명해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27일 3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1단계 조치로 외국환은행에 대한 선물환포지션 비율 한도를 25% 축소한다고 밝혔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국내은행이 현행 40%에서 30%로,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은 200%에서 150%로 각각 조정된다. 이번에 축소된 한도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기존 거래분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낮추면 국내 시장에 달러 공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이번 선물환포지션 축소는 당국이 당분간 환율 1080원 선 하향 돌파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환율 하락 속도가 재차 탄력 받을 경우 당국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 강화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조치는 외환 당국이 장·단기적인 원·달러 환율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기재부 등 4개 정부기관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국제 외환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향후 국외 자금 유출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로 없었다. 규제가 강화됐지만 정작 환율은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원 내린 1084.1원으로 장을 마쳤다. 금융당국이 선물환포지션 비율 한도를 조정한 것보다 그리스 불확실성 해소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환율은 1084.5원에 장을 연 뒤 오전 한때 1085.7원까지 올랐다. 선물환포지션 축소 소식이 전해지자 경계감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 회의를 열고 그리스의 국가채무 부담을 경감하고 3차 구제금융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자 환율은 1084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외환규제 강화는 외환시장이 예상했던 부분이라서 큰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규제책은 시장이 예상하고 이미 반영했다”며 “새 한도를 적용해도 은행들에 당장 별 영향이 없고, 그리스 불확실성 해소 등 대외 호조가 나타난 만큼 환율은 앞으로도 하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ey Word-선물환포지션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을 말한다. 선물환이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사전에 정해진 환율로 외국 돈을 살 수 있는 권리이다. 수출입 기업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과 환전 시점 환율을 현재 환율로 고정시키는 선물환 거래를 한다. 이때 선물환의 매입예약잔고와 매도예약잔고의 차액이 선물환포지션이 된다.
선정수 이경원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