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통화정책 결정권 캐나다인 손에 맡겼다… 영란은행 총재 카니 임명
입력 2012-11-27 18:28
‘조지 오스본(영국 재무장관)이 관행을 싹 쓸어버렸다.’
영국이 중앙은행 총재에 캐나다인을 임명했다는 소식을 전한 2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의 첫 문장이다. 한때 대영제국으로 불렸던 나라이자 여전히 세계 금융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의 통화정책을 외국인에게 맡기는 조치는 1694년 은행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영 재무부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중앙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의 임기가 내년 6월로 만료돼 후임에 캐나다 국적의 마크 카니(47)를 임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카니는 현재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다. 오스본 장관은 “카니가 캐나다에서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대규모 구제금융을 막아내는 놀라운 일을 해왔다”며 “BOE에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과 새로운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BOE 총재 임기는 8년이나 카니는 스스로 2018년 6월까지 5년만 맡겠다고 밝혔다. 영국 국적도 취득할 예정이다.
카니 총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단히 자랑스럽고 흥분된다”며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개혁을 위해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영국과 캐나다 2개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 카니 자신도 영국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BBC는 그의 연봉이 62만4000파운드(약 11억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카니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골드만삭스에서 13년간 근무했고 캐나다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5년째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맡아 제로금리 정책 등 과감한 통화정책으로 캐나다 경제의 안정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OE의 금융안정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런던 금융권도 “신선한 바람을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영국은 최근 리보금리 조작, 스탠더드차티드 은행의 불법거래 등 잇단 스캔들로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카니의 취임으로 영국이 여전히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FT는 숨기지 않았다. 미국인 스탠리 피셔도 2005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맡은 사례가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