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집 4만여채… 멀고 먼 가자 복구
입력 2012-11-27 18:28
가자지구에 사는 모하메드 팔라 아잠(61)씨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구겨져 있었다. 허물어진 집터의 돌무더기에서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찾다 그만 포기하고 주저앉았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교전이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지만 가자지구 복구는 느리기만 하다.
아잠씨의 일부 가족들은 닭장처럼 좁은 인근 가게에서 동네 사람들과 섞여 잠을 자고, 나머지 가족들은 공습으로 손상된 집에서 지낸다. 비가 오는 날엔 깨진 유리창으로 찬비가 들이쳤다. 교전이 이어진 8일간 실내에만 처박혀 있던 아이들은 양동이로 들이붓듯 내리는 폭우 속에서도 바깥에서 뛰어다니며 좋아했지만 어른들은 비닐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해야 하는 밤을 걱정했다.
“이대로 있다간 가족들에게 더 큰 피해가 일어날지도 몰라요.” 그는 기울어져 위태로워 보이는 지붕을 걱정스럽게 가리켰다. 하마스로부터 1000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주택 수리비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데다 교전 이후 무섭게 치솟은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 2008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집이 허물어졌을 때는 ‘아랍 펀드’가 보조금 2만5000달러를 지원했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다.
가자지구에선 건축 자재를 구하기도 어렵다. 이스라엘은 유리, 금속, 시멘트가 무장단체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국경 반입을 금지해 전쟁이 발생했던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복구는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나마 건축 자재가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지하터널. 이마저 일부가 부숴져 하루 수용 가능 차량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 터널은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와 연결된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집단 이주해 온다는 소문이 퍼져 국경 근처 이집트인들의 불안은 고조됐다. 이집트법이 금지하고 있지만, 가짜 서류를 이용한 매매는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고 이집션가제트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사업기구의 집계에 따르면 공습으로 손상된 주택은 약 4만 채라고 AP통신이 최근 전했다. 공습 피해액은 12억 달러(1조3016억원)다. 지난 21일 맺어진 휴전협정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일부 완화했다. 조업구역을 3마일에서 6마일로 연장했고 트럭 143대 분량의 과일, 의약품, 생필품이 지난 25일 국경을 통과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추가 완화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망명 중인 칼리드 마샤알 정치국 위원장이 다음 달 가자지구 방문을 준비 중이어서 정치적 경쟁자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과 화해할지 주목된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