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자
입력 2012-11-27 19:10
이틀 전 한국 컴패션 원 액트(ONE ACT) 행사에 참여했다. 거기 가는 순간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친구의 요청이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교회를 통해 이미 여러 지원을 하고 있는 데다 누군가를 딱 지정해 후원하는 일에 부담을 느껴왔다. 한 아이를 늘 생각하며 기도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먼 나라 어린이들의 사진과 홍보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또다시 열광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빨리 발전하다니, 우리가 남을 도와주게 되다니, 이런 감동은 아무리 자주 해도 식상하지 않다.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젊은 친구들이 ‘힘든 시대, 애쓴 세대’를 기억하고 감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또한 지치지 않고 하게 된다.
어제 행사에 나를 초청한 그녀는 한마디로 ‘똑똑하고 잘나서 자랑스러운’ 친구다. 잘난 만큼 바빠 평소에 얼굴조차 보기 힘든 그녀는 이날 앞치마를 두른 채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행사장 안을 부지런히 오갔다. 이름도 모르지만 어렵게 살고 있는 외국의 꼬마 친구들을 도와주기 위해 열심히 뛰는 친구를 보며 후원자가 되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우 예지원씨가 무대에 등장했다.
태권도 2단인 그녀는 지난번 행사 때 송판을 깨는 기염을 토하며 후원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영화 촬영을 위해 배웠다는 기타를 들고 나와 훌륭한 연주와 함께 고운 노래까지 들려주었다.
예지원씨의 예쁜 정성에 후원 쪽으로 마음이 슬슬 기울어지고 있을 때 훤칠하고 잘생긴 리키 김이 등장했다. 그가 순간 시청률 30%를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정글의 법칙’에서 스스로 하차한 이유를 밝힐 때 결국 볼펜을 들고 후원약정서를 살펴봤다.
리키 김은 남들이 자신의 직업을 물을 때면 ‘남편, 아빠, 봉사자, 배우’ 순으로 답한다고 말했다. 그가 둘째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함께하면서 첫째아이의 아빠 역할을 하기 위해, 봉사할 시간을 내기 위해 인기 프로그램을 내려놓았다고 할 때 아시아의 여자 어린이를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가까운 곳이면 나중에 만나기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영향력을 선한 곳에 사용하는 예지원씨와 리키 김, 그리고 잘난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근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