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청렴도 꼴찌한 檢·警 개혁의지 있나
입력 2012-11-27 19:09
법무부와 경찰청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청렴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법무부는 10점 만점에 7.13점으로 일반 중앙행정기관 25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수사, 단속, 규제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 가운데는 경찰청이 6.36점으로 최하위였고 검찰청이 6.81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평가는 권익위가 62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모두 24만여명의 민원인과 내부 직원, 학자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 정책고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수사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이 민원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다. 9억원대의 뇌물비리 검사, 여성 피의자와의 성추문 검사 사건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룸살롱 황제로 불리는 인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법처리되면서 경찰의 도덕성도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비리를 척결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검찰과 경찰의 청렴도가 이처럼 낮은 것은 법질서 수호라는 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 주체가 객체보다 도덕적 우위에 서지 못한다면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회 혼란은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검찰이 내부 개혁 논의로 분주하긴 하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청별로 평검사회의를 열어 개혁방안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여론에 떠밀린 형식적인 움직임이란 지적이 많다. ‘개혁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했던 검사도 ‘개혁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 우리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속내를 내보였다고 한다. 조직 보위를 우선시하는 검찰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개혁논의가 짜여진 각본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상대 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현직 검사의 거액 수뢰와 성추문,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과 민간인 사찰 수사에서 드러난 부실 편향 수사 등에 책임이 있는 한 총장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수부 폐지 등을 거론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정말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려 한다면 지엽적인 개선책으로는 모자란다. 통렬한 자성에 바탕을 둔 혁신적이고 자발적인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면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위기는 국민이 부여한 막강한 권한을 사회정의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내부 감찰시스템은 제 기능을 못했고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도 약자에게는 오만하게 굴었다는 비난만 들었다. 이번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가 바로 그 성적표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된다는 사실을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