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언니들’ 딸들에 희망을… 문화계 지망생 위한 ‘토크 콘서트’ 대박 릴레이
입력 2012-11-27 18:09
“문화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딸을 키우고 있다면 바람직한 역할(롤) 모델을 찾아주세요.” 겨울바람이 제법 차갑던 지난 23일 오후, 서울 사직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국 회의실에서 2012년 여성문화 토크 콘서트 ‘신나는 언니들’ 결산 모임이 있었다. 이날 참석한 관계자들은 “문화계 지망생이라면 현장 경험이 많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여성문화인을 멘토로 삼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나는 언니들’은 지난 7월 1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5회에 걸쳐 문화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멘토링 콘서트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여성문화네트워크 서은경 대표는 “문화계로 진출하려는 여성은 많지만 긍정적인 롤 모델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여성문화 멘토 10명을 초청해 예비 새내기, 전공학생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1∼4회는 20, 30대 여성 1200여명이, 5회는 대학 수능시험을 마친 여고생 1000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신나는 언니들’을 주최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여가정책과 용호성 과장은 “여성들의 문화계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고 실력도 출중하지만 리더십 훈련이 잘돼 있지 않아 상위직으로 갈수록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좋은 롤 모델은 리더십 트레이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비 사회인들뿐만 아니라 문화계에 입문한 지 3∼5년 된 중견들에게도 롤 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 대표는 “문화계 2세대 리더들인 이들의 강연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50대 후반의 1세대들이 도전정신, 초인적인 인내 등으로 중무장한 ‘용감한 언니들’이었다면 요즘 한창 활동하고 있는 2세대들은 재미있고, 일을 즐기는 ‘신나는 언니들’임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뮤지컬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스타 연출가 이지나씨는 9월 강연에서 “잘 노는 사람이 연기도 잘한다”고 했다. 이달 열린 강연에서 홍익대 공연예술대 고희경 교수도 “자신에게 즐거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많은 일이 보일 것”이라고 일하는 즐거움을 강조했다.
용 과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했던 1세대들은 소통 섬세 배려 등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성을 잃어버린 감이 없지 않지만 2세대들은 다르다”면서 강연자들도 여성성에서 우러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첫회 첫 강사로 나섰던 SBS 힐링 캠프 최영인 책임프로듀서(CP)는 “프로듀서도 창의력보다 소통능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S의 ‘FM 대행진’을 14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황정민 아나운서도 8월 강연에서 “소통과 타인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실질적인 진행을 맡았던 여성신문 사업국 양한나 대리는 “이번 강연을 통해서 외형적인 스펙이나 성취 위주의 경력 만들기보다는 단점마저도 자기다움의 콘텐츠로 소화시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성공의 키워드가 됐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연출하고 있는 서수민 프로듀서는 8월 강연에서 “열등감을 드러내는 순간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장점으로 바뀌게 된다”면서 그 예로 ‘네 가지’ 코너를 들었다. 키 작고, 인기 없고, 뚱뚱하고, 촌스러운 콤플렉스를 가진 주인공들이 그 열등감을 사회를 향해 외치면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줘 사랑받게 됐다는 것.
용 과장은 “주로 술자리에서 정보가 오가던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디지털 시대에는 남성보다 여성들의 정보 공유력이 더 강하고, 그만큼 가능성도 크다”면서 여성들에게 다방면에 도전해볼 것을 권했다. 첫회 두 번째 강사로 나선 아리랑국제방송 손지애 사장도 “우리세대가 굳게 잠긴 대문을 세계를 향해 활짝 열었다면 박차고 나가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라면서 이미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세계에서 놀고 있는 셈이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용 과장은 “내년에도 ‘신나는 언니들’이란 제목으로 문화계의 다양한 2세대 리더들의 강연을 통해 롤 모델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