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공화, 팽팽한 줄다리기… 새 국무장관 임명·재정절벽 협상
입력 2012-11-26 19:15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내각 출범과 재정절벽(Fiscal Cliff) 해법을 둘러싼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마친 양측은 협상 재개를 선언했으나 두 이슈에 대한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긋고 있어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우선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국무장관에 임명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미국 외교 수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공화당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라이스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온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입장을 바꿀 여지를 조금 남겨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매케인 의원은 25일 밤(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이스와 현안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갖는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이 이뤄지면 라이스의 ‘문제의 발언’에 대한 배경 등을 따질 수 있다는 의미다. 라이스는 9월 발생한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사건을 ‘우발적 사고’라고 언급해 대선기간 내내 공화당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라이스는 공화당 공세가 멈추지 않자 매케인에 토론을 제안했었다. 매케인은 이와 함께 “라이스가 내 입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매케인의 의중이 어느 쪽에 무게를 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일단 대화 자체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린제이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매케인과 함께 라이스를 극력 반대해온 그는 같은 날 ABC방송에 출연해 라이스 대사의 ‘벵가지 발언’을 다시 문제 삼았다.
이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상원에서 한 명만 반대해도 장관 임명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들의 영향력이 세게 작용하는 상원에서 반라이스 정서가 강해 라이스 임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절벽 타개를 위한 협상 역시 녹록지 않다. 백악관은 추수감사절 연휴 직후부터 공화당과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절벽에 관한 정치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세금이 6000억 달러 늘어나고 재정 지출이 감축된다.
그러나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협상 조건으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 유보를 내건 상태다. 그는 미국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오바마케어에 들어가는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공화당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최근 증세 반대단체를 설립한 뒤 공화당과 연대해온 그로버 노퀴스트와 속속 결별하는 등 한층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협상의 청신호라는 시각도 나온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