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싸움에… LG ‘디스플레이 특수’ 어부지리

입력 2012-11-26 19:01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과정에서 애플이 삼성 부품 의존도를 줄이면서 LG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9.7인치 LCD 패널의 10월 전 세계 출하량은 591만6000대로 집계됐다. 그중 LG디스플레이가 424만8000대를 출하해 71.8%를 차지했다. 지난 3월 88만6000대(24.0%)에서 7개월 만에 5배나 뛰어오른 셈이다.

9.7인치 LCD 패널은 전 세계 태블릿PC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에만 사용되고 있다. 애플에서 출하한 아이패드 시리즈 4대 중 3대에 LG디스플레이 9.7인치 패널이 탑재됐음을 의미한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최근 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은 애플의 중요 부품 공급사이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애플이 삼성과 손을 끊고 LG의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애플이 저가형 태블릿PC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아이패드 미니의 7.9인치 LCD 패널도 10월 출하량 224만대 중 77.4%(174만대)가 LG디스플레이 제품이었다. 7.9인치 패널도 애플만 사용하고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9.7인치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 3월 257만8000대(70.0%)에서 42만8000대(7.2%)로 급감했다. 7.9인치 패널은 아예 출하하지 않았다.

애플이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선을 다양화하고 있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테크크런치 등 IT전문매체들은 애플이 아이패드와 맥북용 배터리 제공업체를 삼성SDI에서 암페렉스 테크놀로지와 텐진 리쉔 배터리 등 중국 업체로 교체했다고 중국의 차이나비즈니스데일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삼성은 애플에 공급해 오던 아이폰 핵심 부품인 AP(응용프로세서)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애플은 아이폰5에 탑재한 AP인 ‘A6’를 자체 설계한 뒤 삼성에 생산을 맡겼지만 향후 칩 생산을 대만 업체 TSMC에 맡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과 애플의 부품 공급 관계가 무너질 경우 양측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애플이 삼성처럼 부품공급 능력이 뛰어난 기업을 찾기 어려운 데다 삼성도 애플처럼 부품값을 제대로 쳐주는 거래선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SDI 측은 “애플과의 거래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