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검사, 영장 기각…법원 “검찰이 적용한 뇌물죄 상당한 의문”

입력 2012-11-27 01:15

40대 여성 피의자 A씨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뇌물수수)로 감찰조사를 받다 긴급체포된 전모(30)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이 서둘러 전 검사 사태를 진화하려다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진술과 물증 확보 없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위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상대여성에 의해 당시 상황이 모두 녹취돼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고, 피의자에 대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특히 “(검찰이 적용한) 뇌물죄에 한하여 보면 범죄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검사는 검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성관계 사실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검찰이 대가성에 대한 증거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애초 성관계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직무를 이용한 일종의 향응으로 판단했지만 A씨 측은 “위계에 의한 성폭행”이라고 주장했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전 검사는 영장 기각 직후 석방됐다. 성추문 검사 사건으로 사퇴한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검찰이 모든 불의와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지나친 과욕은 이제 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평검사들의 집단 모임도 시작됐다. 이날 수원지검·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평검사 모임을, 대구지검도 수석검사 및 평검사 회의를 개최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서부·북부지검도 조만간 회의를 개최키로 해 평검사 회의가 연쇄 확산될 분위기다. 평검사 회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지난해 6월 개최된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지난해 회의는 검찰 권한 축소에 대한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 회의는 검찰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불안감과 자성론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에는 평검사들이 자발적으로 회의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검찰 수뇌부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