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정책자금 사기대출 기승… 두달새 140억
입력 2012-11-26 18:55
최근 두 달 사이 사기대출로 사법기관에 적발된 금액만 14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민이나 중소기업 등 금융약자를 위한 정책자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취급 기관들이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무역보험공사의 수출신용보증제도를 악용, 유령업체의 수출 실적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무역금융 대출 10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일당 10명을 구속했다. 노숙인 명의로 유령회사를 설립해 무역보험공사에서 12억여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과 가짜 재직증명서를 만들어 5개 은행으로부터 25억5500만원을 대출받은 일당 23명도 각각 검찰과 경찰에 적발돼 사법 처리됐다.
정책자금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민이나 수출기업 등 금융약자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사기대출 탓에 대위변제(피해액을 대신 갚는 것)가 크게 늘면서 정부로부터 연간 약 1조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최근에는 정책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정책과 보증기관, 은행의 심사 절차를 꿰뚫고 있는 전문 브로커를 통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절차상 허점을 노려 ‘한탕’을 노리는 범죄자들이 급증하자 정부 기관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 말 은행에 지급보증 심사를 위탁하는 수탁보증제도를 폐지하고 자사 직원이 직접 지급보증을 심사토록 수출신용보증제도를 보완했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고객이 주거래은행에서 지급보증 심사까지 받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에서 제도를 만들었는데 악용 사례가 많아 폐지했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도 1주택에 1명만 전세자금을 보증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 등을 보완했다. 취업한 지 1년이 안 된 직장인은 건강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한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자금을 취급하는 은행의 경우 책임 범위가 크지 않아 신용심사를 정밀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의 책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