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한겨울… 순익 반토막에 매각說까지

입력 2012-11-26 21:33


여의도 증권가의 올겨울은 유독 춥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투자자들이 잇따라 주식시장을 떠나면서 올해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났다.

증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력·점포를 줄여가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부 소형 증권사는 ‘이러다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공공연히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반기(4∼9월)보고서를 공시한 증권사 17곳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99억6700만원(49.79%) 줄어들었다. 순이익에 보험 손실과 투자자산 평가 등을 합산한 총포괄이익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증권사 17곳의 올해 총포괄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106억8300만원(54.06%) 감소했다.

순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뀐 증권사는 17곳 중 3곳이었다. 리딩투자증권은 지난해 4∼9월 105억1300만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490억2400만원 적자로 전환(-566.3%)했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515.1%),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점유 비중이 급감한 맥쿼리증권(-503.1%)도 순이익 감소율이 컸다. 하이투자증권(-82.0%), 이트레이드증권(-55.0%), 한국투자증권(-52.3%), 키움증권(-45.4%) 등 흑자를 유지한 증권사들도 순이익이 급감했다.

증권사의 실적 부진은 올해 들어 주식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위탁수수료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위탁수수료 수익은 증권사 영업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주식거래대금은 1168조원이었지만 올해는 30.7% 감소한 808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들은 위탁수수료 이외의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 각종 신사업을 추진했지만 난관에 빠진 상태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했던 대형 투자은행(IB) 업무와 기업여신 등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되며 물 건너간 상태다. 개정안에 명시됐던 IB 등록 자격(자기자본 3조원)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 총 3조6000억여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대형사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만 하락한 셈이라며 한숨을 짓고 있다.

업계는 지금처럼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산관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지 못한 소형 증권사들이 언제든 인수합병(M&A)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공공연히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증권사도 6곳 정도에 이른다. 워낙 증권업황이 좋지 않아 선뜻 인수자가 나서기 쉽지 않지만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자금 조달 수단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이른바 ‘신자본’으로 옮겨가고 있고, 이에 알맞은 창구는 은행보다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점망 인프라가 약한 소형사는 영업 비전이 없어 차라리 매각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