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정희와 노무현, 지역과 세대 넘어서는 선거를

입력 2012-11-26 18:38

미래 없는 과거 프레임 자제하고 소통 폭 넓혀야

안철수 후보의 사퇴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박 후보 진영에 합류하고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어제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보수 대 진보 구도가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이런 전통적 양립 구도는 유권자의 선택을 간명하게 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양 진영이 당대의 쟁점과 이슈를 결집시켜 건곤일척의 승부를 하는 과정을 유권자들은 지켜보며 표를 던지면 된다. 하지만 보혁 양대 구도는 중간층, 새로운 정치세력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지역별, 세대별로 투표성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양측이 상대의 과거 문제를 선거전략의 중심으로 삼는 경우다. 이는 정책이나 비전 등 이성적 요소보다 유권자의 감성만 자극해 대립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박 후보는 후보등록에 즈음한 인터뷰에서 “야당이야말로 스스로 폐족이라 불렀다. 그럴 정도로 참여정부에서 잘못된 일이 많았는데 문 후보 측에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후보의 정치이력을 겨냥한 발언이다. 선거전 초반부터 박 후보를 ‘유신의 딸’로 공격했던 문 후보 진영은 이번 대선 구도를 ‘독재 대 반독재’ ‘민주 대 반민주’로 주장하며 박 후보의 역사인식 문제를 계속 제기할 태세다.

선거전에서 후보의 출신 정파나 정치적 유산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후보의 자질 문제와 직결되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정치철학과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과거 문제에 집착하면 인신공격으로 흐르게 된다. 30년도 더 된 아버지의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공허한 정쟁이 될 수 있다. 민주적 국가운영의 착근을 도모했던 부분은 배제하고 실책만 부각시키는 것도 유권자의 일반적인 감각과 어긋난다.

선거전이 과거에 매몰되면 유권자들로부터 미래를 빼앗게 된다. 후보의 과거가 유권자 선택을 좌우하는 전부는 아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미래 비전과 정책을 충분히 알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

양대 구도가 형성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경북 지역은 박 후보를, 호남 지역은 문 후보를 각각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세대별 지지도도 박 후보는 50대 이상, 문 후보는 40대 이하에서 크게 앞선다. 양대 구도가 고착됨으로써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역이나 연령에 따라 선호 후보가 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2∼3배 차이로 벌어지는 것은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지역색이 선거의 주요 변수였던 역사 때문이든, 정당이나 후보의 이미지 고착 때문이든 우리 정치가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지역별 세대별 투표성향의 극단화는 국민통합을 저해한다. 후보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공약을 다양화하고 소통의 폭을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