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앞둔 노장들 “야속한 세월이여”… 프로야구 은퇴-잔류 갈등

입력 2012-11-26 18:36

매년 겨울 프로야구계는 구단과 노장 선수들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구단은 세대교체를 위해 노장들에게 코치직 또는 해외 연수와 함께 조용한 은퇴를 제안하지만 대부분의 노장들은 현역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특히 팀 공헌도가 큰 특급 스타일수록 이런 불협화음이 더욱 크다.

특급 스타들이 현역을 고집하는 것은 비록 올 시즌 기량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면 충분히 부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출전 기회가 줄었기 때문에 성적이 부진하다고 믿는다. 게다가 지난 몇 년 간 부진한 경우엔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은퇴 전에 납득할만한 성적을 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구단은 냉정하다. 같은 성적이라면 장래성 있는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팀의 체질개선을 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단과 노장 선수들의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SK다. SK는 올겨울 박경완(40) 박재홍(39)과 줄다리기 끝에 박경완은 남기고 박재홍은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투수 리드로 이름난 박경완은 통산 313홈런에 두 번이나 홈런왕을 차지했으며 박재홍은 1996년 프로 첫 해에 처음으로 ‘30(홈런)-30(도루)’을 달성하는 등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부상 때문에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다.

박재홍은 이제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하지만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박경완의 경우 SK는 내심 은퇴를 바랐지만 박경완이 거부하자 어쩔 수 없이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때 SK 전력의 반이라는 평가를 받은 포수를 풀어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즌 초 부상 때문에 올해 14경기 출전에 그쳤던 송지만(39·넥센)은 대폭적인 연봉 삭감을 수용하기로 하고 선수생활을 지속하기로 했다. 1999년과 2000년 2년 연속 ‘20-20’을 달성한 송지만은 당초 이적을 고려했으나 나이든 그를 찾는 팀이 없자 결국 넥센에 잔류하게 됐다.

이들과 다르게 구단이 은퇴를 만류하는 선수도 있다. 바로 박찬호(39)다. 한화는 구멍난 마운드와 마케팅 효과 등을 고려해 박찬호가 현역을 연장하길 바라고 있다.

처지는 각각 다르지만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거취를 정해야 하는 노장들의 속내는 복잡할 것 같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