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국서 읽는 말씀 묵상집 ‘로중’ 아세요?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장 홍주민 목사, 우리말로 출간

입력 2012-11-26 18:12


172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출간되면서 현재 51개국 200만명이 읽는 말씀 묵상집이 있다. 헤른후트 공동체가 만드는 ‘로중(Die Losungen)’이다. 로중은 ‘암호’라는 군사용어로, 일상의 영적 싸움에서 소중한 말씀이라는 뜻에서 이같이 명명됐다.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장 홍주민 목사는 2009년부터 매년 로중을 우리말로 번역해 ‘말씀, 그리고 하루’라는 제목으로 발행하고 있다<사진>. 26일 만난 홍 목사는 국내엔 아직 생소한 로중에 대해 “유구한 역사성 등 다른 큐티 자료들과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 큐티 자료들은 제목부터 편집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설명이나 예화가 많아 친절하되 수동적인 독서를 이끄는 경향이 있다. 반면 로중은 지극히 단순한 형식 속에서 독자들이 저마다 능동적으로 깨달음을 얻도록 이끈다는 게 홍 목사의 설명이다.

로중은 365일 각각의 날짜 아래 구약 말씀 한 줄과 신약 한 줄, 그리고 기도문을 적어놓은 게 전부다. 매일 짤막한 말씀만 던져줄 뿐 구구절절한 설명은 없다. 말씀을 읽고 느낀 것을 책의 여백에 적어 신앙일기로 활용할 수 있다. 10여년 전 독일 유학 중에 로중을 처음 접한 홍 목사는 “현지 기독학생회에서 로중을 읽고 각자 마음에 부딪힌 것을 서로 나누는 시간은 어떤 설교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로 나를 휘감았다”고 말했다.

로중을 제작하는 헤른후트 공동체는 루터파 경건주의자 니콜라우스 친첸도르프가 체코의 모라비아파 망명자들과 함께 만든 신앙 공동체로, 현재 전 세계에서 82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 이익금을 양로원이나 장애인 시설 등에 전하는 ‘디아코니아(섬김·봉사) 실천’을 중시한다.

유럽 선진국들이 보편적 복지시스템을 이루는 데 토대가 된 것이 바로 디아코니아 정신임을 알게 된 홍 목사는 한국에 디아코니아 신학을 전파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를 운영해왔으며 올해 초부터 현장에서 섬김을 실천하기 위해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를 맡았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