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2] 단일화·판세 비교해보니… 지역·세대간 대결 구도, 2002년 상황과 판박이
입력 2012-11-26 19:11
18대 대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양자대결로 재편되면서 지역·세대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후보 단일화가 주요 변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판세마저도 2002년 대선과 닮은꼴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가장 극심하게 표심이 쏠리는 지역은 대구·경북(TK)과 호남이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 사퇴 직후인 지난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75.2%였고 문 후보의 광주·호남 지지율은 79.5%에 달했다.
박 후보는 호남 민심이 문·안 두 후보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이 한때 20%가 넘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지만 야권 후보가 결정되자 10%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한국경제·글로벌리서치가 24일 실시한 조사에선 박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한 자릿수(8.3%)에 그치기도 했다. 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호남에서 4.9%의 득표율만 기록했었다.
승부처로 꼽히던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문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거제 출신으로 부산 사상을 지역구로 둔 문 후보는 단일화 전 40% 안팎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단일화 이후 3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부산고를 나온 안 전 후보와 각을 세울 땐 ‘PK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지만 단일화 이후 ‘민주당 대 새누리당’ 구도가 부각되자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김해가 고향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이 지역에서 29.4%의 득표율을 얻었다. 다만 박 후보가 50%대 지지에 그치는 상황에서 문 후보가 40% 득표율을 회복한다면 문 후보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많은 유권자가 모여 있는 수도권과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권이 10년 전처럼 당선자를 결정할지도 관심사다. 수도권은 안 전 후보 사퇴 전까진 문 후보가 박 후보에 우세했지만 인천·경기 지역 선전에 힘입은 박 후보가 추격에 나선 형국이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의 24일 조사에선 박 후보가 서울에서 43.6%, 인천·경기에서 44.7%의 지지율로 문 후보를 각각 0.6% 포인트, 2.9% 포인트 앞섰다. 충청권에선 대체로 박 후보가 여전히 10% 포인트 안팎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일부 조사(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3.9% 포인트 차)도 있었다.
세대 투표도 재현될 전망이다. 특히 40대를 기준으로 젊은층과 중장년층이 지지후보를 달리하는 구도가 고착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 조사 결과 박 후보는 50대에서 56.3%, 60대 이상에서 66.2%의 지지를 받았고 문 후보는 반대로 19∼29세에서 58.1%, 30대에서 56.5%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40대에선 오차범위 내 차이로 지지율이 양분됐다.
다만 안 전 후보가 ‘2030세대’로부터 70%를 넘나드는 지지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철수 이탈표’가 움직이면 문 후보의 젊은층 지지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