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망막질환 시나브로 찾아온다… 고도근시자 안질환 특별 경계!

입력 2012-11-26 17:56


사람들은 대개 증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져야 뒤늦게 대책을 찾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영영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병도 적지 않다. 고도근시자들이 걸리기 쉬운 녹내장이나 망막질환도 간과하기 쉬운 질환 중의 하나이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문정일 교수는 26일 “어려서부터 눈이 나빠 두꺼운 안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고도근시자들은 혹시나 했던 증상이 큰 병의 초기 증상이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항상 눈의 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도근시자들이 특히 경계해야 하는 녹내장과 망막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고도근시와 녹내장=윤모(50)씨는 최근 백내장 수술 후 치료 과정에서 뜻밖의 녹내장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백내장 수술이 잘못돼 녹내장을 합병하게 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서 확인해 본 결과 그의 녹내장은 백내장 수술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래 마이너스 17디옵터에 이르는 고도근시로 인해 녹내장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윤씨는 직장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왔던 만큼 그동안 녹내장 진행 사실을 한 번도 걸러낼 수가 없었는지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지만, 최근 들어 정상 안압을 보이는 만성 녹내장 환자들도 많이 발견된다”면서 “특히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들에게 녹내장이 많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도근시자에게 녹내장이 발생하기 쉬운 이유는 근시로 인해 각막에서 망막까지 안구의 길이, 즉 ‘안축장’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안축장이 길어지면 안구의 내면을 이루는 신경 막 조직인 망막과 시신경이 덩달아 변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년기에 근시가 빠르게 진행하거나 성장기에 눈이 고도근시로 변한 사람의 경우 반드시 안압이 정상인지 정기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신경유두가 변형되지 않았는지도 살피는 것이 좋다. 근시는 시신경유두의 변형을 촉진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시신경유두의 변형은 또한 시신경을 손상시켜 녹내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녹내장 환자들 가운데 시력과 안압이 정상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이 때문에 시력과 안압만을 재는 일반적인 직장 건강검진만으로는 녹내장 진행 사실을 자칫 놓치기 쉽다.

안과 의사들이 흔히 녹내장 진행 여부를 알려면 여기에다 시신경유두의 녹내장성 변화(유두함몰비 증가)와 시신경섬유층의 결손 여부를 볼 수 있는 안저촬영, 시야검사 및 시신경두께검사를 추가해 봐야 한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라식, 라섹 등의 시력교정수술이나 백내장 수술 후 시력이 개선됐다고 근시가 없어졌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각막의 일부 두께를 깎아 굴절 각도를 조절해도 성장기 근시 발생의 원인인 안축장의 길이까지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도근시자의 경우 시력교정수술로 안경을 벗게 돼도 녹내장을 부르는 위험은 수술 받기 전과 같이 그대로 존속된다는 얘기다.

◇고도근시와 망막질환=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은 망막질환 발생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은 망막열공, 망막박리, 황반변성에 의한 신생혈관 발생 등이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되는 조직이다.

먼저 망막열공은 안구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시신경 조직이 분포하고 있는 망막이 고도근시의 영향으로 얇아지고, 이로 인해 유리체(안구 내부를 채우고 있는 투명한 젤 성분의 물질)와 만나는 부위가 찢어지며 벌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또 망막박리는 벽지의 한 쪽 귀퉁이가 떨어지듯 망막의 가장자리가 안구내면으로부터 떨어져 너덜거리게 되는 증상이다. 대개 망막열공이 먼저 발생하고, 그 틈으로 유리체가 흘러들어가면서 망막 박리가 이어 발생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망막이 박리돼 떨어져 나오기 전 열공 단계에서 미리 발견하면 일부가 뜯긴 벽지를 풀로 고정하듯 레이저 광(光)응고술로 지져 다시 붙여주는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망막이 완전히 박리돼 수술 후에도 시력회복이 어려워지게 된다.

약한 불빛에도 눈이 부신 광시증과 눈앞에 날 파리나 모기, 거미줄이 날아다니는 것 같은 비문증이 위험신호다. 역시 고도근시자들에게 자주, 많이 발생한다.

고도근시자들은 망막의 중심부(황반부)가 변성되면서 쓸데없이 신생혈관을 만드는 병에도 잘 걸린다. 이른바 ‘황반부변성증’으로 인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망막이 스스로 새 영양 공급 루트(신생혈관)를 개척하는 것이다.

황반부 변성은 고도근시로 인해 안구의 앞과 뒤 장축이 길어지고 확장됨에 따라 안구를 둘러싼 공막의 두께가 얇아질 때 주로 일어난다.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 중 약 5%에서 발견된다. 황반부 변성으로 망막이 영상을 제대로 맺지 못하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어느 날부터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 검은 점이 점점 커지며 시야를 가로막는 증상을 겪게 된다.

레이저 등으로 쓸데없는 신생혈관을 지져 없애는 치료가 필요하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김순현 원장은 “근시가 심한 사람은 라식 등 근시교정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평생 동안 자신의 안구 상태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 망막과 시신경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