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문흥호] 시진핑 시대의 北·中 관계

입력 2012-11-26 19:16


“최악의 북한 출현 막기 위한 정책 펼 것… 한·중 신뢰 높이고 남북관계 개선해야”

중국의 당·군 최고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의 등장은 오바마의 재집권과 함께 향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핵심 변수다. ‘아시아 복귀’를 구체화하고 있는 미국과 이에 맞서 과거와 다른 신형(新型)의 양자관계를 요구하는 중국의 기싸움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는 냉전 이후의 유일 패권을 고수하려는 미국과 점차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이 다분한 지역이며 북한은 그 뇌관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가 시진핑 집권기 북·중 관계의 향배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2002년 후진타오 집권 이후 북·중 관계에는 몇 차례 중요한 고비가 있었다. 일례로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6자회담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중국은 기존 대북정책 전환 여부를 고민했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와 ‘부담’의 경중에 대한 심각한 내부 토론이 있었고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멋대로인 북한을 더 이상 두둔할 필요가 없고, 소위 완충지(buffer zone)로서의 전략적 가치도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볼 수 없던 대북 인식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이런 주장이 주류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결국 중국의 최고지도부는 북한 체제의 존속과 남북한 세력 균형이 자국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도 유명무실한 후순위로 밀렸다.

시진핑 지도부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미운’ 북한을 일단 감싸고 지지한다는 전임자의 전략적 판단을 승계할 것이다. 이는 북한의 최상, 최악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북한을 관리하는 것이다. 중국이 생각하는 최상의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안정적이며 중국과의 우호협력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반대로 최악의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불안정하며 중국에 비우호적인 것이다. 공교롭게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은 중국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에 근접했다. 핵을 보유한 매우 불안정한 세습 정권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집권 초기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우선 최악의 북한 출현을 방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첫째,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비록 상징적일지라도 혈맹의 유대감을 과시할 것이며 기본적으로 1961년의 ‘중조상호원조조약’ 정신을 유지할 것이다. 여기에는 김정은의 조기 방중 추진도 중요한 고려사항일 것이다. 둘째, 안보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도발 억제에 역점을 두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대북 군사적 자극, 압박을 적극 견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6자회담 결렬로 손상된 자국의 중재력을 복원하고자 할 것이며 2013년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즈음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은 6자회담을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 기제로 전환할 필요성을 수시로 언급해 왔다. 셋째, 북한 경제의 회생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이며 기존 나진·선봉, 압록강 하구의 경협 확대는 물론 북한의 경제 개혁을 종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북한의 체제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한편 시진핑은 최고지도자 취임 직후 ‘인민의 위대함과 지도자의 사명’을 강조했다. 중국의 현실을 직시한 정치적 발언임을 감안해도 그의 눈에 북한 인민의 고단한 삶과 3대 권력 세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러나 시진핑 개인의 인식이 중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여지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동아시아로 이어지는 ‘국가대전략’의 불가분한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제2기 오바마 정부와의 힘겨루기를 위해서도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시진핑의 등장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한반도 평화·안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중의 정치적 신뢰 증진과 남북한 관계 개선만이 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