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대선 테마주
입력 2012-11-26 19:15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걸작을 남긴 마크 트웨인은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이고, 마크 트웨인은 필명이다. 미시시피 강가에서 성장한 그는 수로(水路)안내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당시 열풍이 불던 광산 관련 주식에 손댔다가 재산을 탕진해 시쳇말로 알거지가 됐던 때가 있다. 그 즈음 주식 투자와 관련해 명구(名句)를 남긴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달은 10월이다. 12월과 5월, 7월, 8월, 1월, 4월, 9월, 6월, 11월은 상당히 위험하다. 3월도 마찬가지이고, 2월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그렇게 영리하고 다재다능했던 마크 트웨인에게도 주식 투자는 매우 어려웠던 모양이다. 재정난을 겪고 있을 때 은행으로부터 빌려 간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자 “은행원이란 햇볕이 내리쬘 때 우산을 빌려주었다가 비가 내리는 순간 우산을 빼앗아가는 인간”이라는 독설도 남겼다.
#월요일인 26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대선 테마주들이 요동쳤다. 중도하차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관련된 주식들은 곤두박질쳤다. 안랩은 하한가를 기록해 3만5250원으로 밀렸다. 올해 1월 기록한 최고가 16만7200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던 다른 기업들도 폭락세를 보였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손실을 입은 거의 모든 계좌가 개미 투자자들 것이다. 개미들 피해액은 천억원대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마크 트웨인은 주식 투자의 가장 위험한 시기로 10월을 거론했다. 지난달 ‘안철수 테마주’를 구입한 개미들은 한 달여 만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으니 딱 들어맞는 경고가 됐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것처럼 대선판이 양자대결 구도로 짜여지자 ‘박근혜 테마주’와 ‘문재인 테마주’는 상승세다. 일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대선 테마주의 들썩임은 내달 19일 투표일까지 지속될 듯하다. 안랩처럼 한순간에 ‘갈치주(4분의 1로 떨어진 주식)’가 될 수 있음에도 ‘잘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며 대박을 노리는 개미들이 다시 덤벼들 소지가 있다. 그 후유증은 대선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4월 총선 때에도 ‘선거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거듭했다. 정치 테마주들이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후진적인 현상은 언제까지 반복될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