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옷공장 불… 117명 사망
입력 2012-11-26 00:27
세계 제2의 의류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 최소한 117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낮은 안전 기준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화재로 사망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는 최근 6년간 500명을 넘어섰다.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타즈린 의류공장 1층 창고에서 24일(현지시간) 저녁 불이 났다. 짧은 회로와 질 낮은 전기 배선장치가 화재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에 비상계단이 3개 있었지만 모두 화재가 난 1층으로 향하는 것이어서 노동자들이 건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소방 당국은 “외부로 통하는 비상구가 1개만 있었더라도 사상자 수는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는 질식으로 사망했다.
출구를 못 찾은 노동자들은 7층 건물의 창으로 뛰어내려 피해가 더 커졌다. 공황 상태에 빠져 탈출을 시도하다 갇힌 채 사망했다. 현장을 목격한 인근 주민은 “노동자들이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며 “소방대원의 화재 진압도 소용없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불길이 타오르는 공장 밖에서 갇힌 노동자들에게 휴대전화를 걸거나 미친 듯 뛰어다니며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해당 의류공장은 네덜란드 C&A사와 홍콩 리앤펑 그룹에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기업인 투바그룹 홈페이지에 따르면 1630명의 노동자가 폴로셔츠와 자켓을 납품한다.
네덜란드의 섬유산업 인권단체 ‘깨끗한 옷 캠페인(CCC)’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공장 화재로 숨진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노동자가 최소 500명에 이른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자연합 대표인 밥둘 아크흐터는 “값비싼 방글라데시 의류를 구입하는 세계의 소비자들이 공장 안전 문제를 감시하길 바란다”며 안타까워했다.
방글라데시는 값싼 노동환경 덕분에 4000여개 공장이 밀집한 세계적 의류 생산의 중심지다. 한국 업체를 비롯해 H&M과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 등에 납품하는 하청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