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애호가 울리는 얌체 상술… 예방접종까지 끝낸 고양이 무료 분양받아 돈벌이로 악용

입력 2012-11-25 19:40


동물 애호가들이 보호하고 있는 유기 동물들을 무료로 분양받아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얌체 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나영(가명·25·여)씨는 비가 오던 날 대학 도서관 근처에서 길고양이가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입양을 결심했다. 김씨는 이미 하숙집 주인 몰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던 터라 새로운 고양이까지 키울 수는 없었다. 김씨는 자비를 들여 예방접종을 한 뒤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고양이를 무료 분양했다. 그러나 김씨는 일주일 뒤 자신이 분양한 고양이가 돈을 받고 재분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동물을 아끼는 마음에 돈을 들여 예방접종을 해서 보냈는데,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이들이 있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모(29·여)씨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키울 사람이 없어 안락사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발견했다. 박씨는 7만원의 ‘분양비’에 3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중성화수술을 시킨 뒤 고양이를 무료 분양했다. 중성화수술을 시켜야만 분양이 쉽게 이뤄진다. 분양받은 사람의 집에 찾아가 고양이가 자랄 환경까지 확인했지만, 알고 보니 동물들을 무료 분양받은 뒤 되파는 전문 업자였다.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고양이 무료 나눔 카페에는 ‘길고양이가 죽지 않고 좋은 주인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료 예방접종, 중성화수술을 해서 분양했는데, 알고 보니 동물병원 업자였다’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애완동물 9만7000여 마리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고,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호동물 입양센터의 한서영 간사는 “분양받을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분양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